"현대가 보낸 대북사업 자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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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에 동결돼 있는 북한 자금 2400만 달러 중 1200만 달러는 추적 결과 현대가 보낸 돈으로 밝혀졌으며, 이에 따라 미국은 다음주 BDA가 이 돈의 일부를 풀어주도록 조치할 것으로 보인다고 복수의 마카오 소식통이 20일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현지 소식통은 "1200만 달러는 현대그룹이 대북사업 과정에서 여러 차례 송금한 금액 중 북한이 마카오에서 각종 사업을 위해 남겨놓았던 돈"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또 "북한이 거래하고 있는 해외은행 계좌로 입금된 현대 돈이 BDA 계좌로 재송금된 것"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마카오 은행들은 해외에서 수만 달러 이상의 거액이 입금될 경우 계좌 개설인에게 출처와 용도를 밝히도록 의무화하고 있어 돈이 원래 어디에서 왔는지 추적이 가능하다. BDA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BDA 북한 계좌 개설인의 소명자료를 제시하면서 "현대가 북한에 수차례 송금했던 돈이 재송금된 게 맞다"고 확인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입금 일자와 거래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마카오의 또 다른 소식통은 "현재 BDA의 고위 관계자가 6자회담이 열리고 있는 베이징에 머물며 미국과 북한 관계자들을 만나 북한 계좌 문제를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이 합법 자금임을 최종 확인할 경우 26~27일께 계좌 동결을 일부 해제하도록 조치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이 BDA에 북한 계좌 동결을 요청했던 이유는 달러화 위조나 밀수 등으로 만든 불법 자금일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북한은 계좌 해제에 대비해 관련 요원들을 마카오에서 가까운 중국 광둥(廣東)성 주하이(珠海)에 파견했다고 다른 소식통이 전했다. 요원들은 북한에 머물고 있는 계좌 개설인의 위임장을 비롯, 1200만 달러 인출에 필요한 서류들을 북한에서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현대아산 측은 "1998년 금강산 관광을 시작하고 나서 지금까지 한번도 마카오의 BDA로 송금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금강산 관광 대가를 북측이 지정하는 제3국 계좌에 송금해 왔다는 것이다. 올해의 경우 송금액이 매월 100만 달러가량이다.

한편 2003년 6월 대북송금 의혹 사건을 조사한 송두환 특별검사팀은 "현대가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개설한 해외 계좌로) 모두 5억 달러를 북한에 보냈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BDA 북한 계좌에 들어있는 자금은 이 돈과는 무관한 것으로 관측된다. 당시 이 돈은 북한 지도부로 즉각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마카오=최형규 특파원

◆ 방코델타아시아(BDA)=1935년 설립된 마카오의 소규모 민간 은행이다. 2004년엔 793만 달러의 순익을 기록했으나 지난해에는 미국의 금융제재로 적자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70년대부터 북한 기업들과 거래해 오면서 마카오의 북한 자금 창구 역할을 해 왔다고 한다. 지난해 9월 미 재무부는 불법자금이라는 이유로 이 은행의 북한 소유 계좌(2400만 달러 입금 추정)를 동결하도록 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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