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분야에선 극단 골목길의 '경숙이, 경숙 아버지'가, 무용 분야에선 전미숙 무용단의 '가지 마세요'가 뽑혔다.
◆연극
연극 '경숙이, 경숙 아버지'
한국 전쟁 뒤 척박한 상황
담담하게 그려내 더 큰 울림
-이 작품뿐만 아니라 최근작에선 유독 경상도 사투리가 많은데.
"경상도 언어의 말 맛이 있다. 담백하면서 심한 억양에 의한 꺾임의 운율이랄까. 또 가부장적이면서 남성 중심적인 분위기를 전달하는데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본인의 경험담을 녹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경숙이는 우리 누나 이름이다. 내가 어려울 때 늘 도와주고, 돈도 꿔주고 해서 고마운 마음에 이 작품으로 조금이나마 빚을 갚고 싶어 제목을 지었다. 그렇다고 나의 경험과 기억에만 의존한 건 아니다. 내 아버지는 말씀이 없으셨고, 고2 때 돌아가셨다. 어머니로부터 들은 아버지에 대한 얘기가 많이 들어갔지만 굳이 비율을 얘기하자면 30% 정도밖에 안 된다."
-예전 작품과 차별성이 있다면.
"일상에 현미경을 들이대는 식의 내 색깔은 이번에도 여전하다. 다만 과거에서 현실로 이동하거나 그리스도 재림과 같은 상상의 장면을 보여주는 등 공간을 자유롭게 썼다. 기존의 극사실주의 방식에서 좀더 확장된 것 같다."
-대본에 얽매이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난 대본에 지문 같은 걸 잘 적지 않는다. 그건 어쩌면 배우의 몫이기도 하다. 텍스트에 얽매여 있으면 배우의 잠재력을 100% 뽑아낼 수 없다. 결국 중요한 건 배우와 관객의 소통이다."
-그래서 연습 한 시간, 술 마시는데 5시간이란 얘기가 나오는가.
"(웃음) 과장이다. 다만 무대와 일상을 구별하고 싶지 않다. 자신의 삶이 육화될 때만 좋은 연기가 나온다고 믿는다. 나와 단원들, 그리고 단원들끼리 많은 시간을 보내며 서로 호흡을 잘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문가 7인(가나다순)=김방옥(동국대 연극영상학부 교수), 김윤철(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 김의숙(공연기획사 파임 대표), 박현숙(극단 미추 기획실장), 심재찬(문화예술위원회 사무처장), 염혜원(한국연극 편집장), 오현실(공연기획사 이다 대표)
◆무용
무용 '가지 마세요'
현대적 감각 … 뛰어난 테크닉
조형미 살린 무대장치 돋보여
-이번 작품을 본인이 설명하자면.
"역설의 작품이다. 제목은 '가지 마세요'란 청유형이지만 내용은 죽음과 이별 등을 얘기한다. 궁극적으론 냉소적인 인간 관계를 드러내고자 했다. 드라마틱한 기승전결의 구조보단 미니멀하고 차갑게 무대를 꾸몄다."
-'반갑습니까' '나팔꽃이 피었습니까' 등 최근작들은 의문형으로 끝나는데.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는 현대 사회를 풍자하고 싶었다. 겉으로 매너 있고 세련되게 얘기하지만 돌아서면 딴소리 하는 게 우리의 모습 아닌가. 마침표보단 여운을 두고자 했다."
-본인의 작품 스타일을 말하자면.
"유럽 현대무용의 최근 경향은 몸을 중시하면서 극단적인 신체 움직임을 보이곤 한다. 오히려 난 무용수의 테크닉에 초점을 두고 있다. 훈련이 잘 된 무용수의 최대치를 끌어내고, 스피드를 살리면서도 주제적 동작을 반복하거나 다양한 변주를 줌으로써 무용의 보는 재미와 감동을 배가시키고 싶다."
-상시 무용단을 운영하는 게 아닌 프로젝트식 무용단인데.
"학교에 있다 보니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무용단을 계속 꾸려나갈 수 없다. 다만 내 스타일을 충분히 이해하는 제자들이 주로 작품에 출연하다 보니 단시간 내 작업하고 호흡을 맞추는 데 큰 어려움은 없다."
-남성 무용수에게 치마를 입히는 등 페미니즘적 성향이 강하다는 평가인데
"대립적 이미지를 강조하고 싶진 않았다. 전복적이거나 남성 우월주의를 넘어서야 하는 것에 집중하기 보다 여성성을 최대한 강조하는 게 내 작품 스타일이다. 여성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하다 보니 오히려 페미니즘으로 인식되는 게 아닌가 싶다."
▶전문가 7인(가나다순)=김경애(댄스포럼 발행인), 김지희(몸 수석기자), 문애령(무용평론가), 성기숙(무용평론가), 이종호(무용평론가), 장승헌(공연기획사 MCT대표), 장인주(무용 칼럼니스트)
최민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