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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 대권 향해 “빠른 걸음”/민자 조기전당대회 추진 배경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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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민주계 의견등 감안 하반기 가시화 비쳐/신주류 반격 거세면 양김 제휴 노릴지도
김영삼 민자당대표최고위원이 14일 차기대통령 후보지명을 위한 조기 전당대회 추진을 시사,민자당의 대권후계문제가 서서히 표면으로 부상하고 있다.
김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민주계 일각에서 주장하는 4∼5월 전당대회 소집문제에 대해 『기초와 다음 광역의회(6월 예정)선거가 끝난다음 생각해볼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광역의회 이후가 내년 1∼2월까지를 의미하느냐는 물음에 『그렇지는 않고 지방의회선거를 마친뒤』라고 말해 「금년 하반기」 추진 의중을 비췄다.
김대표의 발언은 다음 정기전당대회(92년 5월)에 임박해서 93년 2월에 임기가 끝나는 노태우 대통령 이후의 후계구도를 결정짓겠다는 청와대 친위세력과 민정계의 정국장기구상에 궤도수정작업을 벌이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날 그의 언급은 시·군·구 의회선거운동기간에 나왔다는 점에서 시기적으로 갑작스럽다는 느낌을 주나 상당히 앞을 내다본 포석임에 틀림없다. 이미 김대표는 지난해 내각제 각서파동 직후인 11월 중순 『정국장래의 불확실성에서 오는 정국불안의 문제』를 지적,후계구도의 조기 가시화를 강조한 바 있다.
최근 최형우 의원과 민주계 소장의원들이 『차기 후계구도가 김대표 중심으로 빨리 정착되고 적어도 당권의 분명한 이양이 있어야만 당내 분열을 극복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데 대해 민주계 내부에서도 시기상조라는등 의견이 엇갈리나 김대표로서는 이러한 의견들을 일단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김대표가 이같은 발언을 한 것은 정국흐름을 주도해 나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뇌물외유사건·「수서」로 정치일정이 당겨질 수 밖에 없다는 판단으로 여권 신주류가 짜고 있는 14대 국회의원선거→노대통령 후계구도결정 전당대회→대통령선거 등 템포늦은 정국프로그램을 더 이상 방치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금년들어 정치권에 치명타를 가한 2개의 부패사건으로 다음 총선은 법적 가능한 범위에서 최대한 빠른 1월말로 해야 한다는 것이 민주계의 생각이다.
따라서 총선정국이 개막되는 9월 정기국회 이전인 7∼8월을 후계구도 결정의 「시한」으로 민주계는 공공연히 주장해왔고 김대표 역시 지방의회선거 종료이후의 급박한 정치일정으로 미뤄 현재 시점에서 이에 대한 신호를 울릴 필요가 있다는 계산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김대표의 측근을 제외한 민주계의 중진과 소장의원들의 민주계 장래에 대한 비관적 전망과 중대 결심요구가 김대표의 정국운영 속도를 빠르게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노대통령의 남은 임기동안 권력관리와 운영을 맡은 청와대 신주류로부터 정국주도권을 되찾을 수 있는 시기가 어느 정도 무르익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김대표의 민주계는 박철언 체육청소년장관·서동권 안기부장·정해창 청와대비서실장·김영일 청와대 사정수석비서관 등 청와대 친위그룹이 당정을 친정체제로 구축해 공안의 위력으로 정치권을 무력화시키고 있다고 단정해 왔다.
김대표는 신주류의 정국주도가 민정계에도 미묘한 파장을 던지고 있고 지방선거 정국이 본격 전개되는 시점을 선택,그동안의 침묵에서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김대표는 4월 임시국회를 한 계기로 보고 개혁입법을 마무리 짓기위해 김대중 평민총재와 제휴,「양김구도」의 복원을 시도할 것으로 보이며 여권 내부에선 노대통령과의 「담판」을 통한 당권장악,공천권 확보와 이를 통한 민정계의 각개격파를 추진해 자신의 「위상」을 후계구도의 한복판에 정착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그의 대권 후계고지를 향한 움직임을 민정·공화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주시하고 있다.
지난 연말 세대교체론으로 반YS 전선을 형성했던 이종찬·이자헌·심명보·오유방·김종위 의원 등 「신정치그룹」의 한의원은 『YS는 「수서」로 인해 정치권이 얼마나 불신을 받고 있는지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상처입은 양김구도와 대권욕망에만 집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민정계 한 중진의원은 『YS의 선제공격은 지방의회선거가 끝나면 노대통령이 「양김 대결」의 정치현실에서 훨씬 편해지고 후계구도 선택의 폭이 다양해진다는 점을 김대표가 뒤늦게 착안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김대표의 빠른 움직임은 뇌물외유·수서사건에 미묘한 시각차를 보였던 민정계를 재결집시키고 있으며 공화계도 민정계에 동조하고 있어 그의 추진강도에 따라 계파갈등이 재연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박보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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