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를 끊자|서정돈 교수<서울대 의대 내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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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운전할 때 안전띠를 착용하면 불의의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다. 그래서 안전띠를 착용하고 운전하도록 반복해 권유했으나 만족스런 곁과를 얻을 수 없었다.
결국 운전 중에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으면 벌금을 부과하겠다고 나서자 착용 율이 현저히 올라가고 따라서 자동차사고에 의한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잘된 일이지만 시민의 양식에 맡겨야 할 일을 반드시 강제적으로 시행해야 했느냐 하는 반론도 있다.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는 것은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아니나 스스로의 목숨을 지키려면 매는 것이 좋다.
금년부터 공공장소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에게 대해 제재를 강화하겠다고 한다. 그래서 속으로 불만스러워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안전띠의 경우보다 타당성이 훨씬 더 높은 조치인 것 같다. 담배를 피우는 것은 자신 뿐 아니라 남에게까지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국내 모 기업체에서는 사옥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점하고 담배를 피우다 적발된 사원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인사고과에 반영해 승진대상에서 누락시키고 있다고 한다. 이유는 담배를 못 끊는 사람은 의지박약자라는 것이다. 이젠 화장실에서조차 담배꽁초를 발견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이런 강제적인 방법도 좋겠지만 그전에 한번쯤 시도해 볼만한 방법이 미국에서 추천되고 있다. 과거에는 폐암, 관상동맥 질환, 중풍의 발생 등 주로 담배의 해독을 강조해 금연을 유도했으나 반대로 담배를 끊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익을 강조하는 방법이 바로 그것이다.
미국의 통계에 다르면 50세 이전에 담배를 끊을 경우 향후 15년 내에 사망할 위험이 반으로 감소한다고 한다. 따라서 담배를 끊는 것은 흡연자들이 삶의 질을 높이고 수면을 연장시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대책이 되며 또 그 혜택은 젊은 층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60∼64세에 흡연을 중단하는 건강한 사람은 앞으로 l5년 동안의 사망확률을 약19% 감소시킬 수 있다고 한다. 즉 담배를 끊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말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체중이 늘기 때문에 담배를 끊을 수 없다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담배를 끊어 늘어나는 체중은 평균 2㎏밖에 안되고 8㎏이상 늘어나는 사람은 4%미만으로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아무튼 담배를 끊는 것은 자신을 위해서나, 주위사람을 위해서나 바람직한 것이므로 처벌이 무서워서가 아니고 자발적으로 끊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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