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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보병 2개연대 파병 요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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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미국이 한국군의 이라크 추가 파병 문제와 관련, '복수의 안정화군 연대'(Stabilization Force Regiments) 파견을 희망해온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5~6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한국 정부대표단과 가진 파병 협의에서다.

미국의 이 같은 요청은 사실상 2개 보병 연대 병력(약 4천여명) 파견을 요청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 측은 전투.비전투병 혼성부대 3천명 안팎의 파병을 고려해온 만큼 파병 규모를 둘러싼 한.미간 입장차는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은 부대의 성격과 관련, 우리 측이 이라크 재건 및 평화 정착의 민사부대 쪽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과 달리, 치안유지를 주임무로 하는 안정화군을 고집해 향후 한.미간 추가 협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미국이 이번에 '복수의 연대'를 언급한 점은 주목거리다. 미국은 지난 9월 추가 파병을 요청해온 이래 줄곧 한국군이 이라크 내 특정 지역을 맡아 독립적인 작전 수행을 할 수 있도록 여단 또는 사단 규모를 파병해 달라고 요청해 왔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미국의 이번 입장은 우리의 추가 파병 병력이 미군 또는 다국적군 사단에 배속될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이번 파병 협의는 한국의 파병 결정 이래 처음 이뤄진 만큼 합의가 이뤄지는 자리는 아니었다"면서 "이번 협의에서 절충점을 찾은 것도 있고, 또 더 논의해야 할 사안도 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특히 "한국군의 파병 결정은 부대의 성격.규모.파견 지역이 따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한꺼번에 이뤄져야 하는 만큼 앞으로 본국 내의 검토와 한.미간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한국 정부가 국내 정치 상황에 따라 파병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 대한 이해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수혁(李秀赫) 외교통상부 차관보, 차영구(車榮九) 국방부 정책실장, 서주석(徐柱錫)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기획실장로 구성된 한국대표단은 폴 울포위츠 국방부 부장관과 리처드 마이어스 합참의장, 리처드 아미티지 부장관 등을 면담했다.

한편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6일 이라크 주둔 미군을 내년 5월 말까지 본토 병력 등으로 대폭 교체하고 전체 주둔 규모도 10만5천명(현재 13만2천명)으로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럼즈펠드 장관은 "이번 결정은 게릴라전에 대비해 경무장 병력을 중심으로 기동력을 높이기 위한 편성"이라고 밝혔다.

워싱턴=김종혁.이효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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