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 동행 인터뷰 <6> 김근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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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中)이 19일 지하철을 이용해 출근하면서 옆자리에 앉은 승객과 악수하고 있다.최정동 기자

19일 오전 6시30분. 대선이 꼭 1년 앞으로 다가왔다.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이 서울 도봉구 창동 집을 나서 전철역으로 향했다. 바람이 차가웠고 사방은 칠흑같이 어두웠다. 김 의장의 착잡한 표정이 어둠에 가린다. 민심으로부터 철저히 고립된 열린우리당의 처지가 어둠 속에서, 그의 얼굴에서 오버랩됐다.

그는 화요일이면 승용차 요일제를 지키기 위해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6월 의장이 된 뒤 줄곧 그랬다. 이른 아침 지하철 쌍문역은 한산했다. 가끔 김 의장을 알아보는 승객이 있었다. 김 의장은 "반갑습니다"하고 고개 숙여 인사한다. 오이도행 4호선 열차가 문을 닫고 출발했다.

-대선이 꼭 1년 남았다.

"벌써 4년이 갔다. 그래도 아직 1년이 남았다. 변화가 있을 충분한 시간이다."

-'김근태'로는 '이명박이나 박근혜'를 당하지 못할 것이라고들 한다.

"1년이 있지 않느냐. 내가 아니라도 국민이 기대하는 바를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상황은 급변할 것이다. 기회는 반드시 올 것이다."

-지지율이 바닥이다.

"발버둥을 쳐 봤지만 국민의 눈에 잘한 게 없었다. 국민이 보기에 민생을 어렵게 한 장본인이 열린우리당이고, 그 대표가 김근태다. 지지율이 안 오르는 것이 당연하다."

-내년 대선에서 어떤 정책으로 승부를 걸 작정인가.

"교.식.주(敎食住) 정책이다. 교육, 부동산, 복지 및 경제정책에 있어 혁명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것을 준비하고 있다. 교식주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추가 성장을 통한 새로운 발전이 필요하다. 한계가 있었지만 의장을 맡고 추진한 '뉴딜 정책'을 통해 가능성을 봤다."

-여당에 대한 불만이 높은데 지하철에서 시민들을 직접 만나면 불편한 일도 생기지 않나.

"아침엔 좀 낫다. 가끔 저녁에 타면 약주 한잔 한 분들이 있는데 경제 이야기를 꺼내면 할 말이 없어 '죄송하다'고만 답한다. '정치인들 도둑놈'이란 말을 들을 때도 있는데 정말 막막해진다. 얼마 전 시청 앞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시위대와 마주쳐 험악한 경우를 당한 적도 있다."

◆ "정운찬은 decisive(결단력 있는)한 사람"=열린우리당사와 가까운 영등포 구청역(5호선)까지 오는 데 한 시간가량 걸렸다. 당사 옆 영등포 청과물시장 내 허름한 콩나물 국밥 집에서 아침을 했다.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의 인터뷰 기사가 본지에 오늘 나왔다. 그의 영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그는 고교 시절부터 내 친구다. 좋은 사람으로 역량 있고 충분히 자격이 있다. 정 전 총장이 결단해 주면 좋은 일이다. 그는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당선을 위해 열심히 뛰었다. 그는 분명히 decisive한 사람이다. 한다면 한다."

-최근 만난 적 있나.

"노 코멘트 하겠다."(만난 적이 있는 듯한 뉘앙스였으나 더 이상 언급을 피했다.)

-통합신당을 하게 되면 고건 전 총리와 함께 가나.

"논쟁이 불가피하게 됐다. 안보와 포용을 조절하는 가을 햇볕정책을 얘기했는데 이런 부분에서 논쟁이 불가피한 지점이 생긴 것이다."

-17일 대국민 서신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각 세우기가 다시 시작된 듯하다.

"노 대통령이 편지를 쓴 뒤 해외 순방 중이라 말을 안 했다. 대국민 서신에서 말한 것이 일관적인 내 생각이다."

-노 대통령의 4일 순방 직전 그의 '직격탄 편지'를 받고 기분이 어땠나.

"어안이 벙벙하더라."

-노 대통령과 왜 불편한가.

"정책 방향이나 노선은 다를 게 없지만 스타일이나 우선순위, 방법이 달라서 어렵다."

-수 차례 노 대통령과 면담을 요청했다 거절당했다는데 왜 그랬다고 생각하나.

"불편해 하는 것 같다. 서로 다른 의견을 들을 수 있어야 하는데 안 그러니 시각이 달라진다. 정부와 여당이 공동으로 책임져야 하는데 그것이 존중되지 않으면 국민에게 지지해 달라고 못한다."

-노 대통령과의 관계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가장 아쉽나.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는 2004년 총선 공약이었다. 그때 공개했으면 이렇게 폭등하진 않았을 것이다. 대통령이 (공개) 안 된다고 했다. 아마 경제 관료들이 대통령을 말렸던 것 같다. 총선 공약을 안 지키는 것은 신뢰성에 대한 문제다.

당.청 간 소통이 안 된 것도 핵심 문제다. 대북송금 특검, 대연정 등을 하면서 일방적으로 결정했다. 또 지난달 말 여야 정치협상회의를 제의하기 하루 전 이병완 비서실장이 참여하는 '4인 회동'이 있었는데 거기서 귀띔도 안 해주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 "자유롭고 싶다"=김 의장의 어깨는 내내 무거워 보였다. 본인뿐 아니라 당 지지도도 바닥이다. 당은 친노파와 신당파 간 갈등으로 쪼개지기 직전이다. 그는 당 상황과 관련, "(쪼개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러면서도 "의장직을 언제까지 할 것이냐"란 질문에 "자유롭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다만 책임감이 부담이 된다. 당의 진로와 관련된 논란이 정리되면 그만둘 시점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호 기자<novae@joongang.co.kr>
사진=최정동 기자 <choij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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