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표'로 쓰인 신라시대 목간 38점 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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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경남 함안군 성산산성(사적 67호)에서 신라시대의 목간(木簡) 38점이 발견됐다. 국립창원문화재연구소(소장 윤광진)는 19일 "함안산성 성곽 내부 저습지에서 6세기 중.후반 진흥왕 시대 무렵 만들어진 고대 목간을 새로 찾아냈다"고 발표했다.

목간은 종이가 발명되기 전부터 문자 기록을 위해 사용됐던 나무조각[木片]을 말한다. 목독(木牘).목첩(木牒)으로도 불리며, 나무를 폭 약 3 ㎝, 길이 약 20~50㎝, 두께 3㎜ 정도의 긴 판자모양으로 잘라 거기에 글[墨書]을 적어넣었다. 지금까지 국내에 보고된 것은 350여 점에 이르며, 성산산성에선 예전에도 120여 점의 목간이 출토됐었다. 창원문화재연구소 박종익 학예연구관은 "이중 1점은 두루마리 종이문서에서 책갈피 같은 구실을 했던 제첨축(題籤軸)이며, 묵 글씨가 뚜렷이 확인된 게 23점"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발견된 목간은 X-선 촬영 결과 기존의 목간처럼 각종 물품에 달았던 '꼬리표'로 재확인됐다. 성산산성에 도착한 곡물 등이 어느 지방에서 온 건지, 또 누가 낸 건지를 표시한 일종의 '바코드'인 셈이다.

예컨대 '양촌문시구패('陽村文尸只稗)'라는 문구는 '양촌(양지마을)'이라는 고을에 사는 '문시지'라는 사람이 낸 피(볏과의 한해살이풀)라는 뜻이다. 이번 목간에선 '이진(夷津)' '매곡촌(買谷村)' 등의 지명이 보고됐다.

또 벼.피 같은 곡물 한 섬을 지칭하는 문구로 '일석(一石)'이 확인됐고. 노비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이는 '노(奴)'자가 '부(負)'자와 함께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성산산성에선 각종 토기와 댕기모양의 모발, 울타리 시설, 빗자루 유물 등도 발견됐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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