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RIReport] 인구 계속 줄어도 실업률 줄지 않는 이유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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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저출산.고령화로 초래되는 인구 감소와 인구 구조의 변화는 거시경제를 비롯하여 노동시장, 금융시장 및 국가재정 등 경제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2018년 이후부터는 고령화에 따른 생산가능인구의 감소 및 저축률 하락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하여 고령화는 우리 경제의 잠재적 성장률을 낮출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화의 급진전은 저출산의 지속과 평균수명의 연장에 기인한다. 한국의 출산율은 1960년대 평균 6.0명에서 꾸준히 감소하여 2005년에는 1.08명을 기록하였다. 저출산의 원인은 크게 네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우선 청년실업과 비정규직 증가, 중장년층 조기퇴직 등 미래소득 불안정성 증가에 따른 소득 요인, 둘째 자녀가 주는 물질적.정신적 편익은 감소하고, 양육비용은 증가하는 자녀 요인이다. 셋째 자아실현, 개인만족의 선호 등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에 따른 가치관 요인, 넷째 여성의 경제적 역할 증대, 양성 불평등, 육아와 직장의 양립 어려움 등 사회.직장 요인을 들 수 있다. 반면 영양개선에 따른 영아사망률 감소, 기초체력 개선, 의학의 발달과 건강에 대한 관심의 증대로 평균수명이 지속적으로 연장되어 왔다. 평균수명은 1971년 62.3세, 2005년 78.6세, 그리고 2050년에는 86.0세가 될 전망이다.

고령화와 저출산의 급속한 진행은 직접적으로 인구 감소를 초래한다. 총인구는 2018년의 4934만 명을 정점으로 감소세로 전환되어 2050년에는 4234만 명이 될 전망이다. 32년 동안 700만 명이 줄어드는 셈이다. 그러나 문제는 인구의 감소보다도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고령자의 비중이 빠르게 증가한다는 사실이다. 2005년에는 고령자의 비중이 인구 100명당 9.1명이지만, 2050년에는 38.2명이 되기 때문이다. 인구 3명당 1명이 65세 이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된다는 것이 우리 경제에 크나큰 위협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인구 감소는 곧바로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로 연결된다. 생산가능인구는 15세 이상 64세 이하의 인구를 말하는데, 2016년의 3619만 명을 정점으로 감소세로 전환해 2050년에는 2242만 명으로 34년 만에 1377만 명이 감소하게 된다. 인구의 감소보다 생산가능인구의 감소가 훨씬 큰폭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는 근로자 수의 감소로 직결되므로 성장을 둔화시킬 수 있고, 피부양인구 비중의 상승은 저축률 하락을 초래하여 자본축적을 저해함으로써 성장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저출산 추세가 지속되는 경우 현재 5% 수준인 국내총생산(GDP) 잠재성장률이 2020년 3%, 2030년 2%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생산가능인구의 감소와 더불어 생산가능인구의 고령화가 심화될 전망이다. 2005년에는 생산가능인구 중 25~49세 비중이 10명당 6명이고, 50세 이상은 2명에 불과하나 2050년에는 25~49세 비중이 10명당 4.4명으로 줄어드는 반면, 50세 이상은 4.1명으로 늘어나 생산가능인구의 고령화가 심각해질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기업의 생산성 문제를 야기한다. 기업은 절대인력의 감소와 중고령 인력 비중의 증가 등에 따른 생산성 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직 근로자의 고령화는 생산성 저하를 초래하고, 고연령자에 대한 임금부담 증가를 줄이고자 구조조정을 시도하는 등 악순환이 반복될 가능성도 있다.

고령화에 따른 성장률 둔화는 실업률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로 인해 일정부분 실업률 증가를 상쇄하는 효과에도 불구하고, 여성.고령.외국인력의 노동시장 진입이 더 늘어날 전망이어서 인력수급에 있어 양적.질적 불균형(mismatch)에 의한 구조적 실업은 개선될 가능성이 낮다. 다만 고용창출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서비스산업의 발전 정도에 따라 실업률은 다소 낮아질 수도 있다. 그러나 대세는 성장률 하락에 의해 실업률이 현재 수준보다 완만히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저출산.고령화의 급진전은 상품시장 재편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65세 이상 인구가 10%에 달하고 국민연금 완전노령연금이 지급되는 2008년부터 노인관련 시장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실버시장 규모는 2005년 25조원에서 2010년 37조원으로 증가하고, 2010년에는 실버계층인 65세 이상의 노인인구가 민간 소비의 11.5%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의 소비패턴이 변화하면서 자녀를 대체하는 애완동물 시장과 늘어난 노후를 대비한 건강비즈니스와 재테크 금융상품 시장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아직 설립 초기이기 때문에 연금수급자의 적립기간이 짧아서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가입자들의 적립기간이 40년이 되는 2020년대 후반에 이르면 재정부담이 현실화될 것이다. 2025년에는 이미 급여 지출이 보험료 수입을 초과하기 시작하고, 2036년에는 재정수지가 적자로 전환되며, 2047년에는 기금이 고갈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고령화로 인해 노인들의 정치적인 역량이 강화되면 이들의 압력에 의해 건강보험의 본인 부담은 줄고 보험대상 진료는 확대될 가능성도 높다. 따라서 건강보험 재정부담은 고령화와 더불어 날로 가중될 전망이다. 결국 고령화는 직접적으로 젊은 세대의 연금부담을 증대시키고, 건강보험의 재정적자를 확대해 국가 재정의 악화를 가져온다. 또한, 고령세대에 대한 젊은 세대의 부담 증가는 세대간 갈등을 불러와 사회 전체에 부작용을 초래할 것으로 예견된다.

따라서 경제전반에 걸쳐 다양한 변화와 문제를 야기할 저출산.고령화와 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생산성이 향상되어야 하고, 여성과 고령자의 인력활용이 제고되어야 하며, 외국 인력의 원활한 유입이 가능한 사회구조로 재편되어야 한다.

최숙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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