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미의 세계』(분수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꼭 10년전인 1981년 4월16일자 미국 워싱턴 포스트지는 이례적인 사설을 실었다. 그 사설의 서두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사과드립니다.…』
권위를 자랑하는 신문중의 신문 워싱턴 포스트지가 사설란을 통해 독자들에게 사과하지 않으면 안될 심각한 사연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지미의 세계』라는 기사 때문이었다.
『지미의 세계』는 겨우 여덟살밖에 안된 지미라는 소년이 마약을 상습적으로 복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생생하게 보도,병든 미국사회를 만천하에 고발함으로써 온 나라를 벌컥 뒤집어 놓았다.
이 기사를 쓴 26세의 흑인여기자 재니트 쿠크는 일약 대기자가 되었고 『지미의 세계』는 그해 퓰리처상의 영광을 차지하게 되었다.
그러나 수상결정 이틀만에 이 기사는 허위임이 드러나 워싱턴 포스트는 창간이후 가장 큰 수모를 감수하며 독자들에게 머리숙여 사과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지미의 세계』가 그처럼 큰 충격을 준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오늘날 미국의 청소년 비행은 날이 갈수록 늘어나 미국 전체 강력범죄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마약의 경우 한 통계에 따르면 중·고생의 64%가 마리화나를 피워본 경험이 있고 26%가 상습복용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지난 89년 워싱턴 DC에서는 지금까지 어느 시대,어느 나라에서도 시도해본 일이 없는 18세 이하 10대들에게 야간통금령을 실시하기도 했다.
청소년들의 비행이 해마다 증가하는 것을 사회학자들은 물질적 풍요속에서 상대적으로 나타나는 정신적 방황을 들고 있다. 거기에다 이혼과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는 가정환경이 청소년들을 지나치게 빨리 성인화시키는 것도 한 원인으로 지적한다.
이같은 청소년 문제는 우리라고 예외는 아니다. 엊그제 신문을 보면 비행청소년의 3분의 2 이상이 본드를 비롯,각종 환각제를 복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이 환각제를 처음 경험한 평균연령이 중학교 2∼3학년때인 14∼15세며,더욱 충격적인 것은 국민학교 3학년때인 9세에 시작한 사례까지 있어 환각제 복용 연령층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워싱턴 포스트를 울린 『지미의 세계』는 결코 픽션만이 아니라는데 청소년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