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청산 위해 진상규명 필요"|지자제 앞두고 선거상담소 운영|시위전력으로 사법시험 탈락 손해배상청구 정진섭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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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정리한다는 차원에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상당한 증거도 갖추고 있으니 만큼 끝까지 투쟁, 반드시 승소할 것입니다』
81년 사법시험 2차에 합격했다가 학생운동 전력 때문에 면접에서 탈락한 서울대법대 졸업생 정진섭씨(39·서울 반포2동 주공아파트 227동 204호).
정씨는 최근 전두환 전대통령과 당시 현홍주 안기부차장, 김용휴 총무처장관, 이종원 법무장관, 이규호 문교장관, 우병규 정무수석비서관등 6명을 상대로 1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서울민사지법에 냈다.
정씨는『당시 안기부 국내담당 차장인 현씨는 시위관계자를 합격시킬 경우 앞으로 법대 생들의 시위를 막을 수 없다는 내용의 협조공문을 만들어 전 전 대통령의 결재를 얻어 관계장관들의 협조를 구한 뒤 심사위원들에게 면접탈락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는『당시에는 운명의 장난으로 여겼으나 역사의 청산을 위해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자료를 수집한 뒤 소송을 제기하게 된 것』이라며『증인도 확보하고 있고 다른 증거도 준비돼 있어 재판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기만 하면 승소를 확신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72년 서울대 법대에 입학한 정씨는 74년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구속, 퇴학당한 뒤 바로 강제 징집됐으며 80년 복학한 후에는 유신헌법 철폐 시위를 하다 5·17이 나자 또 다시 퇴학당했다.
그는 두 번째 퇴학당한 직후 사법시험 준비를 시작, 다음해인 81년 2차 시험까지 합격했으나 면접시험 국가관 항목에서「다」등급을 받아 탈락했고 84년 복학, 같은 해에 졸업했다.
정씨는 82년부터 야당에 입문, 의원보좌관 등을 계속해 오다 지난해 자신이 몸담고 있던 민주당이 민정당과 통합하자「정치에 환멸을 느껴」탈당했다.
이번 지방의회 선거를 맞아 방배동에「서초 기획」이란 선거상담소를 차린 그는『서초구에서만 세 차례의 선거를 치른 내 경험을 반 민자당 편에 서려는 어떤 후보에게도 나누어 주겠다』며『도움을 원하는 범 민주 진영 후보들의 선거와 관련한 모든 기획·실무를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에 뜻이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야당이 통합되기 전에는 다시 정치를 해보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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