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자 주교' 미 성공회 분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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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동성애자 주교 서품 문제로 최근 몇 년간 갈등을 겪어 온 미국 성공회가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 성공회 버지니아 교구의 트루로 교회와 폴스 교회는 17일(현지시간) 투표를 통해 미 성공회 탈퇴를 결의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이들은 압도적 지지(트루로 92%, 폴스 90%)로 탈퇴안을 통과시켰다.

대신 이들은 성공회 나이지리아 관구 산하로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영국에서 시작된 성공회는 전 세계 160여 개국에 7700만 명의 신자가 있으며 영국에 가장 많은 2600만 명이, 미국과 나이지리아에는 각각 240만 명과 1750만 명이 있다.

나이지리아 관구는 보수적 성향의 피터 아키놀라 대주교가 이끌고 있다. 그는 미 성공회가 2003년 동성애자인 진 로빈슨을 뉴햄프셔 주교에 임명하자 "교회에 대한 사탄의 공격"이라며 격렬하게 비난한 바 있다. 미 성공회를 세계 성공회(Anglican Communion)에서 제명해야 한다고도 했다.

미국 내에서 성공회 교회가 탈퇴를 선언한 것이 처음은 아니다. 버지니아에서만 이미 네 개의 작은 교회가 이 문제로 미 성공회를 떠났다. 그러나 이번에 탈퇴한 두 곳은 영국 식민지 시절부터 존재했던 유서 깊은 교회다. 신자도 4000명이 넘는다.

미 성공회 측은 호락호락 이들을 보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버지니아 교구 측은 "탈퇴를 결정한 사람들은 교회 재산에 대한 소유권이 없다"고 주장했다. 영국 BBC는 이에 대해 "수백만 달러에 이르는 교회 재산을 놓고 앞으로 몇 년간 법적 공방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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