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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구두도 세 차례 수선|시댁가업 이어받아 32년간 구두수선 명동의 터줏대감 정정애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명동의 터줏대감「스타 사」의 여주인 정정애씨(52).
그는 유행의 첨단을 몰고 오는 명동의 한 귀퉁이에서 한눈 팔지 않고 헌 백과 헌 구두 고치기에 일생을 바쳐 온 여성이다.
일제시대인 1930년대 말부터 20년간 시댁의 가업이었던 수선 방을 59년 당시 20세 새댁의 몸으로 이어받아 다시 32년을 지켜 오는 동안「스타 사」는 그 이름처럼「한국 최고, 최고의 수선집」이라는 두 자랑거리를 별처럼 어깨에 달게 됐다.
50년대 말 이후「시계거리」「양품점 거리」「달러 골목」이라고 불렸던 명동 입구(코스모스 백화점 옆·서울 명동2가 85의4)의 2.8평 크기 가게에서 정씨는 오늘도 한결같이 아들에게 물려줄 가업을 의해 4명의 직원과 함께 헌 백과 헌 구두를 수선하고 있다. 과소비와 사치가 판을 치는 요즘도「스타 사」에 멋쟁이 손님·알뜰 주부 고객들이 줄을 잇는 이유는 새것에 비해 손색이 없을 정도로 완벽한 수리를 해내기 때문.
그런 탓인지『처녀 손님이 시집을 가 어머니·할머니가 되고 다시 그들의 딸과 손녀를 데리고 오는「3대 단골」이 많다』는 것.
『50여 년 역사는 우연도, 흔히 말하는「작은 기적」도 아닙니다.「스타 사」의 명성은 철저한 서비스와 신뢰를 철칙으로 삼아 온 나와 내 가족만이 이룰 수 있었던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비록 헌 백과 헌 구두를 수선하는 일이지만 정씨는 한국최고의 부품과 장식품, 한국최고의 수선공을 쓴다는 것을 자랑으로 삼고 있다.
이제 손녀를 둔 할머니가 된 정씨지만 가게가 바쁠 때는 역시 직원들과 함께 민첩하고 깔끔한 일솜씨를 발휘하기도 한다. 새댁시절 어깨너머로 수선공들의 일솜씨를 흉내내기 시작했던 그도 이제 누구 못지 않은 수선공 실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
작은 수리전문공장도 별도로 갖고 있는「스타 사」에는 수없이 많은 명사들이 분신처럼 아끼는 세계의 명품들을 가져오고 있다. 그중 정씨의 기억에 가장 많이 남는 것은 고 박정희.
대통령의 구두수선.
박 대통령은 세 번 정도 비서를 시켜 작은 신발을 늘려 가기도 하고 굽을 고쳐 신기도 했다는 것.
그 외에도「스타 사」벽에는 유명연예인들의 화려하고 고급스런 백과 구두, 외국의 명사들이나 소중한 사람들에게 선물 받은 잊지 못할 물건들이 새로운 단장을 기대하며 정씨네 가족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스타 사」식구들의 솜씨는 유명 핸드백이나 구두 전문점들도 알아줘 고객들에게 오히려 정씨네 가게를 알려주기도 하고 수선을 전문적으로 의뢰하기도 한다는 것.
명동에서「쓰리」(소매치기)에 의해 찢긴 핸드백을 도맡아 감쪽같이 고쳐 놓아「쓰리 땜 아줌마」로 불리기도 하는 정씨는『쓰리 땜 의뢰가 들어오는 숫자를 보고 매일의 경찰단속여부를 점치기도 한다』고 말한다.
『손님 중에는 외국에 이민을 갔다 10여 년만에 찾아와 반색을 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지방으로 이사간 수많은 단골의 백이나 구두는 지금도 소포로 받아 고쳐 보내 줍니다.』
정씨는 2남2녀 중 앞으로 10년 후 가게를 물려 줄 막내 김신규씨(24)에게 철저한 장인의식과 솜씨를 전수시키고 있다. <고혜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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