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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손' 김영광, 이운재 이을 대들보 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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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귀여운 올리버 칸'.

지난 6일 수원컵 국제청소년축구대회 콜롬비아전에서 신들린 듯한 선방으로 한국의 2-0 승리를 뒷받침한 골키퍼 김영광(20.전남 드래곤즈.사진). 7일 전화 인터뷰에서 별명이 뭐냐고 물었다. 잠깐 머뭇거리던 그는 "동료들이 '리틀 칸'이라고 불러요"라고 대답했다. "'귀여운 올리버 칸'이라고 하면 어떠냐"고 했더니 "좋죠"라고 흔쾌히 받아들였다.

아닌 게 아니라 김영광은 독일 대표팀 골키퍼로 2002 한.일월드컵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한 칸과 닮았다. 찢어진 눈과 우락부락한 인상, 거기다 동료를 리드하는 카리스마까지-. 하지만 김영광은 나이가 어린 때문인지 순진하고 귀여운 면이 있다.

칸은 나이트클럽 종업원과 바람이 나서 이혼 위기에까지 몰렸지만 김영광은 경기에 나설 때마다 '제 손과 발에 능력을 주셔서 들어갈 골도 다 막게 해 주세요'라고 기도할 정도로 독실한 기독교인이다. 그렇지만 김영광은 가장 닮고 싶은 선수로 칸을 꼽는다.

김영광은 올해 올림픽대표팀과 20세 이하 청소년대표팀을 오가면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일본 올림픽팀과의 두차례 평가전(1-1무, 2-1승)에 모두 나섰고, 10월 올림픽 예선 홍콩전(1-0, 2-0승)에서 무실점 선방했다. 지난달 말 서귀포에서 벌어진 청소년팀의 북한.일본전을 포함, 이번 수원컵까지 여섯경기 무실점 행진을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김영광을 이운재(수원)의 뒤를 이어 국가대표팀의 골문을 지킬 유망주로 꼽고 있다. 1m84cm로 골키퍼로서 큰 키는 아니지만 순발력.판단력 등 자질을 고루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김영광과 광양제철고 동기인 청소년팀 수비수 임유환(교토)은 "골대에 부딪쳐 머리가 깨지면서도 끝까지 공을 막아내는 모습을 보고 보통 녀석이 아니다 싶었다"며 높이 평가했다.

올림픽팀 김성수 골키퍼 코치는 "예전엔 잘 하다가도 한번 실수하면 흥분해 스스로 무너지곤 했는데 요즘은 자신감이 붙으면서 여유가 생겼다. 개인연습 좀 그만 하라고 말릴 정도로 집념이 강해 대성할 재목"이라고 칭찬했다.

순천중앙초 시절 스트라이커로 축구를 시작한 김영광은 윙과 중앙수비수를 거쳐 어느새 골키퍼로 내려와 있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지금은 골키퍼가 된 게 절대 후회스럽지 않다.

"한국 골키퍼 최초로 해외 진출의 꿈을 이루고 싶습니다." '귀여운 칸'의 야무진 다짐이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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