씁쓸한 이라크의 차별대우/진세근 외신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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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신문사에서 취재기자와 사건현장은 불가분의 관계다.
사건현장에서 취재기자가 직접 보고 들은 것을 그대로 독자에게 전달해주는 일이야말로 신문이 지닌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의무」이기 때문이다.
국내의 거의 모든 신문·방송사가 요르단의 수도 암만에 취재기자를 특파해 놓고 있는 것도 이같은 기본의무를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서임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
암만에 머무르고 있는 모든 외국기자들은 사건현장 바그다드에 「입성」하기 위해 이라크행 비자를 목을 빼고 기다리고 있다.
한국취재기자들도 예외일 수 없다.
한달정도 머무르고 있는 경우는 보통이고 심지어 50일 가까이 이라크비자를 기다리고 있는 기자들도 있을 정도다.
푸른색 대형철문이 굳게 닫혀있는 이라크대사관 정문에는 완전무장한 이라크 군인들이 기관총등으로 중무장한 군용트럭옆에 서서 매서운 눈길로 내방객들을 주눅들게 하고 있다.
그나마 며칠전부터는 『본국으로부터 허가가 나오면 즉시 신청자에게 통보할 것임. 앞으로 일체의 내방문의 및 전화·서신 문의는 접수불가함』이라는 친절한(?) 안내문까지 붙여져 있어 비자신청자들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하고 있다.
그러나 어디서고 「특권층」은 있는 법인가 보다.
한국기자들에겐 그토록 안나오는 비자가 미국등 서방언론기관의 특파원들에겐 1주일 정도만에 척척 나오고 있기에 하는 말이다.
일본의 경우도 산케이(산경),마이니치(매일)신문 등이 벌써부터 비자를 받았고 아사히(조일)신문 특파원도 5일 비자를 받아 바그다드로 떠났다.
서방국가들에 그토록 당한 이라크로서도 서방국가 미디어의 막강한 홍보력만큼은 필요했던 것일까.
전쟁의 참화를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해선 세계적인 통신망을 갖춘 거대미디어를 선호할 수 밖에 없는 이라크의 입장을 이해하면서도 같은 아시아권에 속해있으면서 아시아 국가를 차별대우하는 처사에는 씁쓸함을 금할 수 없었다.<암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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