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기 거른물 더 “지저분”/세균 원수의 최고 6백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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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보사부·소비자연맹 조사/미네럴등 제거 되레 유해
시중에서 팔리는 정수기가 일반세균을 거의 걸러내지 못할 뿐 아니라 원수에 비해 최고 6백배 이상 일반세균을 증식시켜 오히려 비위생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보사부는 한국소비자연맹과 합동으로 시판중인 국산·외제 정수기 39종을 수거,지난해 8월부터 국립보건원에서 두차례에 걸쳐 수질검사를 실시한 결과 정수기로 거른 물의 일반세균이 원수에 비해 평균 9.4배,최고 6백46배나 많이 검출됐다고 6일 발표했다.
검사결과 39개 정수기를 평균할 경우 원수에서 1㏄에 1천29마리가 검출된 일반세균이 정수기로 거른 물에서는 1㏄에 9천6백78마리로 늘었고,2차로 12개 정수기를 임의 추출한 검사에서는 1CC에 4마리의 일반세균이 2천5백82마리로 불어 났다.
그러나 정수기로 거를 경우 철·망간·세제·과망간산칼륨은 38∼93%까지 여과됐으며 잔류염소는 1백% 제거됐다.
또 수소이온농도(PH)는 거의 조절기능이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보사부는 이같은 검사결과에 따라 정수기의 철·망간 등 무기물질 제거성능은 인정되나 수도물의 경우 대부분 이들 물질이 기준이하이고,또 이들 물질이 유해성 물질이 아닌 심미적 영향물질로서 오히려 인체에 필요한 미량의 미네럴성분을 제거함으로써 정수기 사용은 건강상 실익이 없다고 밝혔다.
특히 정수기를 통해 잔류염소를 완전제거하는 것은 소독약품 냄새를 없애는 효과는 있으나 이로 인해 미생물의 번식을 촉진하게 돼 위생상 위해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보사부는 이에 따라 정수기사용은 일반 수도물에 대해서는 의미가 없으며 철·망간 등이 과다함유된 특정지역에서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나 이 경우에도 필터의 적기 교체,저수조의 철저한 위생관리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새 제품도 구실 못해/정수기 과신에 경종(해설)
보사부의 검사는 그동안 수도물 불신을 틈타 널리 보급된 정수기의 성능에 대한 국민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실시됐다.
보사부는 지난해에도 두차례에 걸쳐 다방·식당의 정수기 물에 대한 수질검사 결과 정수기의 필터 교환 등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을 경우 수도물보다 오히려 오염된다는 사실을 발표했었다.
이번엔 시판중인 신제품 정수기를 수거해 1차로 2주간격 4회,2차로 2일간격 6회에 걸쳐 수질검사를 실시한 결과 비슷한 평가가 나온 것이다.
정수기가 일반세균을 오히려 더 번식시키는 것은 ▲대부분의 필터가 당초 일반세균에 대해 완전한 여과기능을 갖지 못하고 ▲잔류염소가 완전 제거돼 소독기능이 없어지며 ▲과망간산칼륨을 완전 여과하지 못해 일반세균의 먹이가 되는 유기물이 남아 있으며 ▲정수기 내부가 적정온도를 유지해 미생물번식에 최적의 조건을 제공하기 때문으로 설명된다.
일반세균의 증가는 오염의 지표가 될 뿐만 아니라 병원세균이 증식될 가능성까지 있어 위생상 위해가 우려되나 이번 검사에서는 특수 필터를 사용하는 극소수의 정수기만이 일반세균 여과기능이 있었다고 보사부는 밝혔다.<한천수기자>
◇정수기 물 수질검사 결과(단위:ppm)
항목 검사구분 유입수 유출수 제거율(%)
1차 철(0.3) 0.28 0.02 93
망간(0.3) 0.02 0.01 50
세제(0.5) 0.08 0.05 38
과망간산 2.43 0.95 61
칼륨소비량(10)
PH(5.8∼8.5) 6.6 6.8 ­
잔류염소(0.2) 0.1 0 100
대장균군(불검출) 0 0 ­
일반세균 1,029 9,678 9배 증가
(1㏄에 100마리)
2차 일반세균 4 2,582 646배증가
(1㏄에 100마리)
★괄호안 숫자는 음용수 수질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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