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있는아침] '딸꾹거리다 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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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딸꾹거리다 1'-황인숙(1958~)

아버지는 감자찌개의 돼지고기를 내 밥 위에 얹어주셨다.

제발, 아버지.

나는 그것을 씹지도 못하고 꿀꺽 삼켰다. 그러면 아버지는

얼른 또 하나를 얹어주셨다. 아버지, 제발.

비계가 달린 커다란 돼지고기가 내 얼굴을 하얗게 했다.

나는 싫다는 말도 하지 못하고

아버지는 물어보지도 않고 내 밥 위에

돼지고기를 얹어주시고.

아버지가 좋아하시던

함경도식 감자찌개 속의 돼지고기.


아버지는 일요일 새벽이면 마장동 우시장에 가셔서 갓 잡은 소지라와 소간을 사오셨습니다. 시뻘건 덩어리를 정성스럽게 잘라놓고는 자, 다섯 점씩이다, 하셨습니다. 밥상 앞에 끝까지 남아 아버지, 제발!을 해도해도 소용없었습니다. 고춧가루소금을 살짝 묻혀 아, 아, 어서! 하시며 입에 넣어주시곤 했습니다. 씹지도 못하고 꿀꺽 삼키면 그대로 넘어오곤 했습니다. 아버지가 먹여주시던 마장동산 생간 생지라!

<정끝별.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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