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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책갈피] 돈 많이 들고 대기오염까지… '재활용 신화' 를 매립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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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비판적 환경주의자
이상돈 지음, 브레인북스
446쪽, 1만6000원

2002년 2월 미국 뉴욕시는 유리병.플라스틱 재활용을 포기한다고 발표했다. 매립보다 재활용에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갔고,기껏 분리수거한 것도 40%는 땅에 묻혔다. 재활용품 수거 차량으로 인한 대기오염과 교통혼잡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여전히 재활용에 매달리고 있다. 대량소비에 젖은 사람들에게는 재활용 자체가 속죄 의례로, 환경운동가들에게는 신앙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은 아닐까.

중앙대 교수로 환경법을 전공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도 사정이 마찬가지라고 지적한다. 세 사람씩 타고 다니며 재활용품을 수거하는 트럭의 유지비와 인건비, 대기오염을 생각하면 재활용이 과연 경제성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처럼 환경정책에 도사린 비과학적이고 비효율적인 요소를 찾아내 강하게 질타한다. 특히 한국의 환경지속성 지수가 세계 최하위권이라는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의 발표에 허둥대는 정부의 모습은 완전한 코미디라고 쏘아붙인다. 지리적.사회적.경제적 여건이 판이한 국가들을 동일한 지표로 순위 매기는 것 자체가 황당한 짓인데도 정부가 지레 겁에 질려 변명하기에 급급하다는 것이다.

또 한강 물값을 내지않겠다고 버티는 서울시에 대해서는 수리권(水利權) 개념도 모른다며, 새만금 공사중단 가처분 판결을 내린 사법부에 대해서는 법원 판결을 사회변혁 수단으로 봐서야 되겠느냐며 꼬집는다.

기업에서 후원금을 걷는 환경단체에 대한 시선도 곱지않다. 책에는 1990년대를 거치면서 큰 힘을 떨쳤던 환경단체가 최근 갑작스레 힘을 잃은 이유도 암시돼 있다. '사냥이 끝나면 사냥개가 필요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과거보다 환경이 깨끗해졌고 환경단체의 주장이 국가정책으로 정착한 것이 큰 이유겠지만, '양치기 소년'처럼 지나치게 겁을 주는 주장을 반복한 것도 신뢰를 떨어뜨린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 책은 1999년에 저자가 번역한 '에코스캠(Eco-Scam)'(이진출판사)이나 2003년 국내에 소개된 '회의적 환경주의자'(에코리브르)와 맥을 같이 한다. 모두 일부 과학자와 환경단체, 언론이 한통속이 돼 '환경 위기'를 팔아먹고 있다는 시각이 바탕에 깔려 있다. 그래서인지 비판은 매몰차지만 환경이 지금처럼 나아지기까지 땀과 눈물을 흘린 환경운동가에 대한 따뜻한 시선은 없고 대안 제시도 약하다. 이 때문에 '진짜' 환경주의자들이 저자를 동료로 인정하려 들지는 않을 것 같다.

또한 실린 글이 저자가 '첨단환경기술'이란 잡지에 연재한 내용을 다듬은 것이어서 일관성은 다소 떨어진다. 하지만 인물 비평의 경우 지방선거 출마용 8개월짜리 환경부 장관이든, 낙하산 인사든 한 번 도마에 오른 사람은 눈물이 쏙 빠질 정도로 철저히 몰아붙였다. 이번 달에는 누가 '제물'이 됐는지 궁금한 마음에 매달 그 잡지를 펼쳐보게 만들었던 시원한 글들도 담겼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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