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 동행 인터뷰 <2> 박근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14일 부산 해운대 아르피나 유스호스텔에서 열린 ‘한나라 부산포럼 초청 강연회’에서 강연을 마친 뒤 웃으며 퇴장하고 있다.부산=송봉근 기자

14일 오전 9시30분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손가방을 들고 김포공항에 나왔다. 강연.인터뷰를 위해 부산을 방문하는 박 전 대표의 얼굴은 조금 푸석해 보였다. 전날 5시간을 잤다고 한다.

공항에 오기 전엔 조찬 모임이 있었다. '피곤하지 않으냐'고 묻자 "잠이 부족한 게 힘들다"고 했다. "아직 (대선 주자로서)본격적으로 시작도 안했는데 1월부터 활동에 들어가면 조금 더 바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빡빡한 일정에 짬짬이 기자와 대화가 오갔다.

박 전 대표는 "나는 가족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니 국민을 가족으로 생각하고 모든 시간과 열정을 나랏일에 바칠 수 있다"고 했다.

◆ "근혜님, 어서 오세요"=부산행 비행기 일반석에 앉은 박 전 대표는 강연 원고를 꺼내들고 1시간 내내 읽고, 줄치고, 고쳤다.

김해공항에 도착하자 '박사모' 회원 100여 명이 '근혜님, 어서오세요'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들고 환호했다.

시내 일식당으로 이동해 부산 지역 언론인과 오찬을 한 뒤 해운대 아르피나 유스호스텔에서 '한나라 부산포럼' 초청강연을 했다. 서울행 비행기서 잠깐 눈을 붙이곤 '전국 한센인 후원의 밤'이 열린 63빌딩으로 향했다.

-네거티브(상대방의 약점 공격하기)가 시작된 것 같다.

"내가 (2002년)평양 갈 때 김대중 당시 대통령한테 500억원을 지원받았다는 얼토당토않은 얘기가 나온다. 당당하게 돈 한푼 안 쓰고 (북한을)갔다 온 사람은 내가 유일할 것이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친 이명박과 친 박근혜로 갈라졌다고 하는데.

"의원들이 이마에 '친박'이나 '친이'라고 쓰고 다니나. 언론이 그렇게 만드는 것이다."

-김형오 원내대표가 내년 2월 이후 경선 방식을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

"지금 경선 방식은 9개월 동안 57회 전국을 다니며 공청회를 거쳐 만든 것이다. 몇몇 분의 유불리에 따라 고치는 건 안 된다. 그러나 당원들이 바꿔야 한다면 따르겠다."

-지지율이 밀리고 있다.

"내가 지지율에 연연했으면 대표직을 잘 수행하지 못했을 거다. 아직 본격적인 대선 계획을 세워 움직이는 게 아니다. 신청이 들어온 특강의 5분의 1도 응하지 못하고 있다."

-대선 경쟁서 여성인 점이 핸디캡이 되지 않을까.

"여성이 더 강하다. 어머니는 자기가 굶어도 자식에겐 따뜻한 밥을 먹인다. 여성이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 등장하는 것 자체가 우리 정치의 큰 발전이다. 여성이 지도자가 되면 부정부패가 줄어든다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공인됐다."

-'콘텐트 부족' 지적이 있는데.

"당대표 시절 정책백서까지 내놨는데 콘텐트가 없다는 건 아이러니다."

-화합의 리더십을 강조하는데.

"독선적 리더십은 자주 카리스마로 표현되지만 역사적으로 자신과 나라와 민족을 파국으로 이끌었다. 진정한 리더는 포용하는 리더다."

-당내에서 후보 검증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조사를 해 확실히 검증이 되면 당원들이 안심할 수 있지 않겠느냐."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 발언과 여당의 정계개편 논의로 혼란스럽다.

"대통령과 여당이 서로 책임을 전가하면서 난파선에서 뛰어내리려는 모습 같아 실망스럽다."

◆ "아버지 닮기 국민이 판단할 것"=박 전 대표가 가는 곳마다 부친인 박정희 대통령의 얘기가 따라붙는다. 박 전 대표를 보기 위해 김해공항에 나온 고3생 정유준군은 "할머니가 박 대통령을 너무 좋아하셔서 딸한테도 관심이 간다"고 했다.

전날 열린우리당 민병두 의원이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박정희 외모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비유한 것에 대해선 "중요한 것은 겉의 이미지가 아니다"고 했다. 그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국가관.역사관.가치관 등 과연 속이 닮았느냐는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 활발해지는 '대선 캠프'=13일엔 박 전 대표가 일과시간 내내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길 건너편에 있는 사무실을 지켰다. 캠프 사무실은 벌써 새해 분위기다. 참석 못할 신년 행사장에 보낼 동영상 촬영 때문이다. 박 전 대표는 카메라 앞에서 "○○구 당원 동지 여러분, 2007년에도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인사를 한다.

95평 규모의 캠프 사무실 중 박 전 대표의 방은 5평 남짓하다. 책상과 작은 원탁에 사무용 의자 세 개가 집기의 전부다. 벽에 걸린 태극기가 눈길을 끈다. 박 전 대표는 "1월부터 움직이겠다"고 하지만 참모들의 마음은 바쁘다. 주 2회 하던 '캠프 전략회의'를 주 3회로 늘렸다. 허태열.유승민.유정복 의원과 이성헌 전 의원 등이 참석한다.

이회창 전 총재 시절부터 연설문을 써온 조인근 특보가 메시지팀장을 맡고 있다. 지난달엔 '코미디 전망대'등 개그 프로 작가 출신인 최진웅 전 김용갑 의원 보좌관이 합류했다. 캠프 관계자는 "박 전 대표 강연에 유머가 풍부해진 이유 중 하나"라고 귀띔한다. 방석현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와 김영세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등이 정책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교수는 이혜훈 의원의 남편이다.

부산=강주안 기자<jooan@joongang.co.kr>
사진=송봉근 기자 <bksong@joongang.co.kr>

▶ 동영상 바로가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