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기피인물 차관 기용서 발단/17번째 쿠데타 일어난 태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뿌리깊은 정부·군 불신도 원인
태국의 군부쿠데타는 군부에 비판적인 군출신 부총리 아르티트 캄랑에크의 국방부차관 기용에 불만을 품은 순토른 콩솜퐁 군최고사령관의 전격적인 차티차이 추나완 총리 체포로 시작됐다.
이번 쿠데타는 쿠데타를 주도한 콩솜퐁 장군이 이미 수개월전부터 정부내 반군부 인사 축출을 요구하면서 예상했던 일이다.
지난해 가을 콩솜퐁 장군은 차티차이 정부내 반군부 인사의 축출과 부패,무능척결을 요구,차티차이 총리가 지난해 12월 총리직을 사임하는 등 정치적 격변을 겪었다.
특히 최근 각료중 1명이 군부가 정부통신차량을 검색한데 대해 군부를 비판하고 군부가 정부통신에 대해 첩보활동을 하고 있다고 비난함으로써 차티차이 정부와 군부가 심한 알력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번에 부총리에서 국방차관에 임명된 아르티트 퇴역장군은 군부의 기피인물로 지목된 인물이다.
특히 총리가 국방장관직을 겸하는 태국 내각구조에서 차티차이 총리가 아르티트를 실질적 군부통제를 맡게 될 국방차관에 임명하자 군부가 거센 반발을 보였다.
차티차이 총리가 푸미폰 태국 국왕을 알현,아르티트의 국방차관 임명을 보고하고 이에 관련 대중집회를 기도했었다.
쿠데타는 차티차이와 아르티트 일행이 국왕알현을 위해 궁전이 있는 창마이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에 도착하자 이때를 이용,차티차이 체포와 국영라디오 점거로 시작됐다.
이것은 군부가 국왕의 인사재가를 사전에 봉쇄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태국권력은 전통적으로 국왕과 군부,그리고 당의 3각구조로 이루어져 있으며 당과 정부는 군부의 절대적 지지를 받지 못할 경우 항상 붕괴의 위험을 겪어 왔다.
또 군부와 행정부는 국왕의 허가없이 권력유지가 어려워 국왕의 재가가 모든 결정의 핵이 되고 있다.
이번 쿠데타는 지난 1932년이래 17번째의 군부쿠데타다. 태국은 지난 1980년 프렘 틴술라논자 총리의 8년 집권과 이번에 축출된 차티차이 총리의 2년반기간 등 지난 10년간 민주적 정치체제를 유지해 왔으나 10년만에 다시 쿠데타에 의한 군사정권이 되살아난 셈이기도 하다.<진창욱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