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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구토물·가래·욕설등 입을 통해 나온 것 치고 깨끗한 것은 별로 없다. 그렇지만 가래는 폐나 기관지의 중요한 방어기능으로 생긴 것이기때문에 가래를 뱉어내야 할때 뱉어내지 못하면 고인물이 석듯이 합병증을 일으킨다. 따라서 가래가 나올때는 나오지 않도록 약을 함부로 먹는 것보다 왜 가래가 나오는지 그 원인을 밝히는 것이 순서다.
몇달전 42세된 남자가 최근 가래가 무척 많아졌다고 진찰실에 들어왔다. 환자는 평소 건강한 편이어서 병원에 거의 간적이 없었으며 감기나 소화불량과 같은 사소한 병은 가까운 약국에서 그때그때 해결하곤 한다고 말했다. 더욱이 직업이 고등학교 교사여서 몸이 약간 불편해도 수업시간 결강은 생각할 수 없다고 하였다. 환자는 평소 담배를 한갑에서 한갑반정도 피우고 분필가루를 마시기 때문에 매일 가래가 어느정도 나오는 것은 당연하게 생각해 왔으나 최근 들어 가래의 양이 부쩍 많아지고 약간의 피도 섞아나와 두려운 마음으로 병원에 왔다는 것이다. 그밖에 약간의 체중감소와 피곤함 식은 땀등이 있었다 이 환자에게 가래검사· 흉부X선촬영등 몇가지 검사를 시행했더니 결과는 불행히도 폐암이었다.
가래가 나온다는 것은 기침과 함께 가장 흔히 경험하는 증상이다. 가래란 왜 생기는 것일까. 정상적으로 하루에 기관지나 기도에서 생성되는 점액은 80∼1백50cc정도인데 이중 대부분은 재흡수되거나 무의식적으로 식도로 넘어가게 된다. 그러나 어떠한 원인이든 그 양이 많아지면 가래로 나오게 된다. 의사들은 그 원인을 찾기 위해 환자들에게 가래의 양· 색깔· 냄새 등 여러가지를 물어보아 많은 도움을 받고 있지만 이 가래의 양상만 가지고 진단 내리기에는 아쉬운 점이 있어 항상 함께 있는 증상들을 물어보곤 한다.
예를 들어 갑작스레 열이 나면서 기침·가래가 있으면 급성 호흡기 감염을 생각하고, 열은 없으나 계속 기침·가래가 있으면서 특히 이른 아침에 심해지면 감기후유증이나 담배·매연으로 생긴 기관지염을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어린아이에게서 숨이 차며 열이 나고 기침·가래가 있으면 모세기관지염이나 폐렴·천식등 약간 심각한 병을 생각해야 한다.
나이든 사람에게서 숨차는 증상과 함께 기침· 가래가 나오면 천식이나 만성폐질환·심부전증 등을 생각해야 하는데 천식인 경우는 숨소리가 매우 거칠고 자주 발작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환자스스로 자신의 법을 잘 알고있는 경우가 많다. 만성폐질환인 경우는 나이든 노인들이 흔히 숨차하는 원인이기도 하며 담배를 피우거나 직업상 계속 매연· 분진을 마시는 사람에게 쉽게 오고 계속해 만성적으로 점차 숨이 가빠지며 주로 아침에 가래가 많아진다. 심부전, 즉 심장이 극심하게 나빠도 가래가 나오는데 그때 가래는 거품이 많고 선홍색, 또는 하얀색을 띠며 주로 밤에 누우면 숨이 더욱 가빠지고 심해진다.
앞서 말한 환자는 가래에 약간의 피가 섞인 객혈이 있는 경우로 이때는 더욱 신중히 다루어야 한다. 왜냐하면 객혈은 만성기관지염· 결핵· 기관지확장증· 폐암등 다양한 질환으로 생기므로 가볍게만 다루었다가는 생명에 관계된 큰 질환을 놓치기 때문이다. 40대, 특히 담배 피우는 사람이 체중이 감소하면서 쉽게 피로해지고 가래양이 많아지거나 색깔이 달라지면 일단 암이 아닌가 생각하고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
윤방부 <연대 의대교수· 가정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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