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조화환 단속앞서 화훼농가 배려 아쉽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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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경·조사때 자기 과시욕이나 허세의 강식품으로 화환을 지나치게 진열함으로써 위화감을 조성하고 주위의 번축을 사는 경우를 가끔 보게된다.
더욱이 걸프전쟁과 겹쳐 경제사정도 ,어려워 어느때 보다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때에 이러한 풍조는 조속히 시정되어야할 점이라 생각한다. 이에 보사부는 가정의례준칙에 의거, 결혼식때 2개, 장례식때 10개이내의 화환이나 화분을 진열토록하고 단속에 나섰다.
사실 그동안 국내 꽃의 수요는 경·조화환용으로 전체의 약70%가 소비돼 왔다. 물론 보사부의 이같은 단속이 과소비자제운동의 차원에서 일면 수긍이 가긴 하지만 당장 꽃의 소비가 막힘으로써 재배농가들이 설자리를 잃게된 셈이다.
농산물의 수입개방 압력이 높아지면서 농민들이 작목 선택에 부심하게 되자 정부에서는 화훼산업을 중점 육성키로 함에 따라 전국적으로 화훼재배농가와 생산량이 크게 늘어난 실정이다.
정부당국도 이러한 꽃재배 농민의 어려움을 헤아려 단속일변도에서 벗어나 화훼산업도 발전할 수 있고 국민정서 함양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건전한 소비를 유도하는 노력과 계몽이 필요하다.
사무실에 꽃 한송이라도 꽂아 놓으면 얼마나 황량함을 덜어줄 것인가.
늦게 귀가하는 가장이 장미나 카네이션 한송이를 들고 들어가 보라. 주부의 태도가 달라질 것이다.
결혼식장에 대형 화환물 보내 과시하는 것보다는 몇송이의 꽃을 정성껏 포장한 작은 꽃다발을 선물하는 정성이 더 소중할 수 있지 않은가.
학교 교실마다 꽃꽂이를 놓아 어린 새싹의 심성을 곱게 키워야 하지 않겠는가.
사실 천혜적으로 사계절이 뚜렷하고 일조량이 충분한 우리나라의 꽃은 색택이나 화형등이 우수하다는 것이 지난해 일본에서 열린 세계꽃박람회에서 최다수상으로 입증된바 있다.
농민은 기술개발을 통해 고품질의 화훼를 생산하고, 상인은 유통의 건전화를 통해 내수와 수출을 확대하고, 정부는 시설의 현대화와 기술 및 자금지원을 아끼지 말아야할 것이다.
농산물수입개방 규모가 확대됨에 따라 어려워져 가는 농촌경제를 돕기 위해 새로운 소득 작목으로 선택된 꽃의 건전한 소비확대문제를 농촌에 뿌리를 둔 우리 모두가 다함께 걱정해야 할때다.
안교덕 <한국화훼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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