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평화 중재하겠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중국이 중동 등 자국과 직접 연관이 없는 국제적인 문제에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의장국 자격으로 6자회담 재개를 이끌어 내면서 '동북아의 지도적 국가'로 확실하게 올라선 중국이 이번에는 중동과 유럽에서도 존재감을 부각하기 시작했다.

◆ 중동분쟁 해결사 자임=중국은 우선 중동분쟁에 눈을 돌렸다. 중국은 그동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평화회담을 촉구하면서 양쪽 모두와 우호관계를 추구해 왔지만, 평화 중재에서는 이렇다 할 역할을 하지 못했다. 중동담당 특사를 1명 뒀지만 지금까지는 성명서나 발표하고 팔레스타인에 제한적인 원조를 하는 게 고작이었다. 그러나 지금부터는 중동 문제에 적극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중동 문제를 미국의 전유물로만 맡겨둘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2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중국 외교부의 초청으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압둘라 카딜 하미드 전 외무장관과 이스라엘의 요시 베일린 전 법무장관이 각각 자국 대표단을 이끌고 14일부터 사흘간 베이징(北京)을 방문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인사들의 평화 토론회를 연다"고 발표했다. 베일린은 1993년 체결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오슬로 평화협정을 설계한 당사자다.

친 대변인은 "이번 행사는 중국이 중동 평화와 관련해 개최하는 최초의 토론회"라고 의미를 부여한 뒤 "과거와 현재, 미래를 막론하고 중국은 중동 평화 정착을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리자오싱(李肇星) 외교부장이 토론회 참석자들과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중동담당 특사 쑨비간(孫必干), 자이쥔(翟雋)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를 비롯한 외교부 내 중동 전문가들도 세미나에 참석할 예정이다.

중국국제연구소의 중동 전문가인 궈상강(郭尙剛) 박사는 "이번 회의는 중국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 해결에 더 큰 역할을 하겠다는 결심을 국제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행사"라고 말했다. 그는 아랍국가들이 그동안 중국에 더 큰 역할을 주문해 온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중국은 국제적 역할을 할 시기가 성숙했다는 판단에 따라 이제 중동 문제에도 적극적으로 발언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유럽의 전략적 파트너로 부상=유럽연합(EU) 외무장관들은 1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연 외무장관 이사회에서 "중국과 전면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하도록 노력한다"는 결의서를 채택했다. 결의서의 요지는 중국-EU 간에 '동반관계 수립 및 협력 협정(PCA)'을 이른 시간 안에 체결한다는 것. EU는 내년 1월 16일 대표단을 베이징으로 파견해 PCA 협상을 시작할 예정이다. EU 공보처의 크리스티나 해외 공보담당관은 12일 중국 언론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과 EU를 전략적 파트너로 묶는 결정은 지난달 26일 문건으로 완성된 상태"라며 "이번 외무장관 이사회는 이를 재검토한 뒤 공식 추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아프리카 지원 외교도 활발=지난달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아프리카 협력 포럼은 중국 외교력의 정수(精髓)를 보여준 또 다른 이벤트였다. 중국 정부는 자원대국인 아프리카에 100억 달러의 빚 탕감과 경제협력, 인재 양성.교류 같은 파격적인 선물을 안겨줬다. 세계적인 빈곤 지역으로 통하는 아프리카 지원에 중국이 선두에 나선 것이다. 이 포럼에서 후진타오(胡錦濤) 주석 등 중국 최고지도부는 48명의 아프리카 정상과 사흘 동안 75차례 개별 정상회담을 했다.

베이징=진세근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