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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퇴역' 뒤집지 못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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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국방부 중앙 군 인사소청 심사위원회는 13일 피우진(52.사진) 예비역 중령이 제기한 '퇴역 처분 취소' 소청을 기각했다.

인사소청 심사위는 "피우진 중령에 대한 퇴역 처분은 군 인사법에서 정하고 있는 '심신장애 전역기준'에 따라 적법하게 이뤄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피 중령이 이에 불복, 다시 행정소송을 내겠다고 밝히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국내 최초의 여성 헬기조종사인 피우진 중령은 4년 전인 2002년 유방암에 걸려 유방 절제수술을 받았다. 이때 그는 "군 임무 수행에 방해가 된다"고 판단, 암에 걸리지 않은 쪽 유방도 함께 절제했다. 이후 3년 동안 그는 육군 항공단에서 군생활을 계속했다. 후유증도 없었다.

그러나 지난 9월 양쪽 유방을 절제했다는 사유로 전역 명령을 받고 지난달 29일 27년의 군생활을 마감하고 전역했다.

군 인사법 시행규칙엔 암 병력이 있거나 유방을 절제했을 경우 전역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게 이유였다.

피 중령은 "암 수술을 받은 뒤 4년 동안 항공학교 학생대장을 무리없이 수행하는 등 근무에 전혀 문제가 없다"며 퇴역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피 중령은 전역 휴가 중이던 10월 말, 22일 동안 걸어서 국토를 종단하기도 했다. 그는 "다른 군인들에게 내가 건강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피 중령은 "현대 사회에서 암에 자유로운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면서 "현재는 완치돼 군복무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평소에 원리원칙대로 군생활을 하다 보니 지휘관에게 잘못 보인 것 같다"면서 "군의 숭고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 지휘관도 권위주의에서 벗어나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피 중령은 조만간 다시 행정소송을 낼 계획이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심신장애 전역기준'에 대해 재검토한다는 입장이나 구체적인 방침을 밝히지 않고 있다.

군 인사소청 심사위는 이와 함께 공군 조종사 35명이 제기한 '전역 제한 처분 취소' 소청도 기각했다.

심사위는 "공군 조종사들이 한꺼번에 무더기로 전역하는 것은 국가안보 상황에 비추어 군 전투력 운영에 막대한 차질을 초래한다"고 사유를 밝혔다.

이 조종사들은 공군이 "올해 조기 전역을 신청한 조종사가 연평균 68명의 두 배에 해당하는 140명"이라며 전력 공백을 이유로 조기 전역을 제한하자 이에 반발, 인사소청을 제기했다.

이철희 기자

◆ 피우진 중령 = 1979년 27기 여군 사관후보생으로 입대,여군 최초로 1000시간 비행기록을 수립했다.육군 헬기조종사 시절 항공호출명은 ‘피닉스(불사조)’였다.지난달말 전역하면서 ‘내가 남긴 발자욱이 다음 사람에게 길이 되길 바란다’ (今日我行跡 遂作後人程)는 말을 남겼다.최근 자신의 군 생활 역정을 담은 에세이 ‘여군은 초콜릿을 좋아하지 않는다’를 출판하기도 했다.

*** 바로잡습니다

12월 14일자 10면 '유방암 퇴역 뒤집지 못했다' 기사와 16일자 38면 칼럼 "나는 군인이고 싶다" 내용 중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헬기 조종사는 피우진 예비역 중령이 아니라 김복선 예비역 대위인 것으로 확인돼 이를 바로잡습니다. 피 중령은 두 번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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