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야 놀자] 펀드 용어 쉽게 알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1면

최상길 제로인 상무

펀드 용어에는 낯선 단어들이 많습니다. 영국에서 시작한 제도가 일본을 거쳐 한국으로 들어온 탓입니다. 설정좌수.설정액.순자산총액.기준가격 등 펀드 관련 단어들은 대부분 일본식 번역어입니다. 이 어려운 단어들을 이해하기 위해선 먼저 주식 용어부터 알아야 합니다.

펀드 관련 용어를 주식회사에 한번 대입해볼까요. 수익증권은 주식, 좌(座)수는 주식수량, 설정금액은 납입자본금액, 순자산총액은 자본총계, 기준가격은 주가라고 보면 됩니다. 예컨대 주당 액면가격이 5000원인 주식 1만 주를 액면가격으로 발행할 경우 자본금은 5000만원입니다. 1좌당 액면가격이 1원인 수익증권 5000만 좌를 액면가격으로 발행할 경우 펀드 설정액은 5000만원입니다.

참고로 계약형 펀드의 액면가격은 1좌당 1원이 대부분입니다. 이 경우 거래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1000좌당 가격으로 표시하는데 이를 기준가격이라 부릅니다. 기준가격은 주식의 주가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기준가격은 주가와 달리 시장에서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시장가격이 아니라 기업경영(펀드 운용)의 결과인 자본총액(순자산총액)을 발행 주식 수(좌수)로 나눈 순자산가치(NAV.Net Asset Value)에 해당합니다.

기업이 경영 중에 자금이 필요해 증자할 경우에는 조금 복잡해집니다. 예를 들어 한 기업이 액면가보다 두 배 할증한 1만원으로 1만 주를 유상 증자한다면 회계 처리상 실제 유치금액은 1억원이지만 자본금은 5000만원만 늘어나게 됩니다. 펀드도 마찬가지입니다. 투자를 잘해 1좌당 가격, 즉 기준가격이 두 배로 올랐을 때 1억원이 유입된다면 설정액은 5000만원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됩니다. 따라서 "주식펀드 설정액이 1조원 늘었다"고 할 때는 실제 유입된 자금총액이 1조원일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실제 유입 총액은 펀드의 기준가격이 1000원 이상이라면 1조원보다 많을 것이고 1000원 미만이라면 이보다 적을 것입니다.

자산운용협회가 발표하는 순자산총액 기준 자금통계 또한 실제 유출입 자금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펀드의 순자산총액은 실제 자금유입 없이 투자한 주식 등 보유 자산 가격이 올라도 늘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상길 제로인 상무 (www.funddoctor.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