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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명 부총리/경제정책 일관성유지 아쉽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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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문제될때마다 개각… 「1회용」 자조/경제수석등 간여로 위상 흔들려
부총리겸 경제기획원장관은 과연 경제정책의 총수인가. 또 직책에 합당한 권한과 역할을 유감없이 행사하고 있는가.
최근들어 부쩍 잦아진 교체와 이에 따른 정책기조변화가 되풀이되면서 부총리의 위상에 대한 회의론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물론 여건과 환경이 변화되면 그에 따른 적응방식도 달리지듯 부총리라고해서 위상의 전환이 없을 수 없다. 그러나 문제는 이같은 회의론이 부정적 시각에서 출발,부총리가 펴게될 향후 경제정책도 「신뢰」를 보여주기 어렵다는데 심각성이 있다.
6공들어 잦은교체로 역대부총리들은 제역할을 수행한 경우가 드물다.
6공이 지닌 정권의 불안정성과 경제에 대한 확고한 비전 결여가 주된 이유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 87년이후 민주화의 거센 요구로 모든 부문에서 질적 전환기를 맞아왔다.
정부가 이를 수렴,조율하려면 결국 폭넓은 지지속에 점진적 개혁정책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나 이에 대한 기반은 불확실했던 것이다.
결국 문제가 야기될때마다 개각을 문제해결의 수단으로 동원할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부총리란 자리도 「1회용」의 성격이 더 짙어진 것이다.
여기에 여소야대 이후에는 경제정책에 대한 당정협조가 강조되면서 정치의 경제논리 압도가 과거보다 훨씬 강해졌다.
대통령이 충분한 권한을 경제총수에게 주지 않음으로써 부총리의 위상은 갈수록 흔들려온 것이다.
실제 이번에 경질된 이승윤 전부총리는 수서사건과 직접 연관도 없으며 금융실명제 유보라는 악역만 맡고 물러났다. 행정경험이 미숙해 시행착오를 거듭했던 조순 전부총리는 행정이 무엇인지 알게돼 본격적으로 그의 이상인 형평과 안정을 추구하려는 순간 도중하차 하고 말았다.
지금도 상당수의 기획원관리들은 그가 해박한 지식과 경륜을 펴보지 못했다는 데서 조 전 부총리의 퇴임을 아숴워하고 있다. 6공의 초대부총리였던 나웅배씨도 여소야대의 정국속에 경제정책의 줄거리만 만지작거리다 9개월만에 물러났다.
그러나 부총리의 위상이 이처럼 흔들린데는 부총리들 자신과 관료들의 의식에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정치가 제자리를 잡지 못할때 경제관료로선 소신만큼 중요한게 없다.
여기에 관료조직도 지난 3∼4년사이 이해집단으로서의 성격이 부쩍 늘어나면서,경제정책총수의 뒷받침을 게을리해온 점을 부인하기 힘들다. 6공들어 경제부처간 잦은 마찰과 경제혼선이 빚어진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와 함께 경제팀간의 균형과 조화측면에서 청와대 경제수석도 부총리의 위상변화에 적지 않은 함수관계를 갖고 있다는게 사실이다. 특히 정권후기에는 친정체제가 강화되는게 알반적이어서 그의 영향도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제 아래서는 경제정책도 최종책임은 결국 통치권자가 지게 마련이다. 대통령의 경제철학과 각료인선에서 권한위임까지가 모두 중요시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와 함께 부총리의 「위상」강화를 위해선 각료자신들도 정책의 일관성유지와 함께 소신있는 직분수행이 요구됨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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