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48명 여자 죽였다" 美 희대의 살인마 충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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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48명의 여자들을 다 내가 죽였다."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 사는 게리 리언 리지웨이(54)의 폭탄 자백이다. 트럭에 페인트칠을 하며 생계를 이어온 리지웨이는 이로써 미 역사상 최악의 연쇄살인범이 됐다.

지금까지는 1970년대 시카고에서 남자 성인 및 소년 33명을 살해한 존 웨인 게이시였다.

리지웨이는 2001년 11월 체포됐다. 82년 7월부터 84년 2월까지 발생한 7건의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5일(현지시간) 시애틀에서 열린 재판에서 그는 "48건 모두 자신의 소행이었다"고 자백했다.

자백의 조건으로 사형은 면해주겠다는 검찰의 약속을 받아냈기 때문이다. 내년으로 예상되는 선고 공판에서 그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받을 것으로 보인다.

리지웨이는 법정 증언을 통해 "피해자는 대부분 매춘부들이었다"고 말했다. 그들을 증오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10대 매춘부 또는 가출여성이었던 희생자들을 리지웨이는 자신의 집으로 데려다 죽였거나 일부는 트럭에서 살해했으며, 시신들은 그린 리버 근처의 한 곳에 매장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래서 이 사건은 그린 리버 연쇄살인사건으로 불려왔다.

82년에 시작돼 마지막 희생자가 84년에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리지웨이는 90년과 98년에도 살인을 저질렀다고 자백했다.

리지웨이는 84년에 처음 용의자로 지목됐으나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났다. 수사관들은 87년 그의 타액을 채취했으나 DNA 기술이 뒷받침되지 않아 범행을 입증하지 못했다.

수사관들은 결국 2001년 11월 희생자들의 몸에서 채취한 DNA와 그의 타액의 DNA가 일치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검찰은 리지웨이가 희생자들의 유해를 찾을 수 있도록 매장 장소를 알려주는 등 수사에 적극 협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가족들은 희대의 살인마에게 사형 면제를 약속한 검찰의 태도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희생자의 오빠는 "수십명을 죽이고도 원하는 것을 얻었다"고 검찰의 '거래'를 비난했다. 붉은색 수의를 입고 TV 화면에 잡힌 그의 얼굴에서 뉘우치는 표정은 없었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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