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으로 세상보기] 마지막 순간 별이 가장 밝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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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지구는 태양에서 셋째로 가까이 있는 그리 크지 않은 행성이다. 항성인 태양 주위에는 9개의 행성이 있고 각각의 행성 주위에 위성이 있으며 또한 10만개 정도의 소행성들이 존재하는데, 이 전체를 태양계라고 부른다.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별인 알파센토리는 태양에서 4.3광년 정도 떨어져 있다. 태양계를 포함하는 별의 집단을 '우리은하'라고 하며 영어로는 대문자를 써서 Galaxy라고 한다.

우리은하 안에는 태양을 포함해 약 3천억개의 별이 휘감긴 원판 형태로 배열돼 있다. 반지름은 약 5만광년 정도 되고 그 안에서 별 사이의 거리는 대략 5광년이며 태양은 그 가장자리에 위치한다. 수백만 광년 떨어져 있는 안드로메다은하와 마젤란성운을 제외하면 우리가 밤하늘에서 육안으로 보는 것은 전부 우리은하에 속해있는 별들과 태양계에 속해 있는 천체들이다.

관측 가능한 우주 안에는 수천억개의 은하가 존재하며 각각의 은하 안에는 다시 수천억개의 별이 있다. 최근의 관측 결과에 의하면 1천억×7천억개 정도의 별이 있다고 한다. 그것만으로도 많지만 별처럼 눈에 보이는 물질보다는 블랙홀처럼 암흑물질이 훨씬 더 많다고 추정한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영원히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별들도 우리처럼 태어나서 성장해 일정한 빛을 내면서 살다가 결국은 늙어 죽는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우주가 별이나 행성 같은 천체만으로 구성돼 있지는 않다. 천체 사이에는 무수히 많은 물질이 존재한다. 밀도가 아주 작고 주성분이 수소인 이 물질을 성간 물질이라고 한다. 성간 물질은 우주 공간에 균일하지 않게 분포해 있으며, 각 부분의 밀도는 끊임없이 변해 간다. 눈에 보이는 것은 없지만 아무 것도 없는 무의 상태는 아니다.

성간 물질의 밀도는 균일한 것이 아니므로 성간 물질이 때로는 어느 정도 이상의 밀도로 모일 수 있다. 여러 조건이 맞으면 중력에 의한 수축 과정이 일어나며, 이 과정에서 내부의 압력과 온도가 계속 올라가게 되고 온도가 어느 단계 이상이 되면 희미한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온도가 계속 상승해 1천만도 이상이 되면 핵융합 반응이 시작된다. 이렇게 별이 탄생하면서 별의 일생이 시작된다.

일단 핵융합 반응이 시작되면 별을 수축시키려는 자체의 중력과, 별을 확산시키려는 핵융합 에너지에 의한 힘이 평형을 이뤄 별은 대체로 일정한 크기를 유지한다. 거의 같은 양의 수소를 소모하므로 별의 밝기도 비교적 일정하게 유지된다. 내부에서는 수소 원자가 헬륨 원자로 바뀌는 격렬한 변화가 계속되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별의 크기와 밝기가 수십억년 동안 거의 변하지 않는다.

핵융합 반응의 원료인 수소를 다 쓰고 나면 별은 일생을 마무리한다. 별의 질량에 따라 적색거성과 백색왜성의 단계를 거치기도 하고, 보다 무거운 원소를 만들어 내는 핵융합 반응을 거쳐 초신성 폭발로 최후를 맞으면서 중성자별이 되기도 한다. 아주 무거운 별은 블랙홀이 된다.

이처럼 태어나 자라서(成), 장년의 삶을 살다가(住), 늙어 죽으면서(壞), 사라지는(空) 성주괴공의 과정은 생명체뿐 아니라 천체에서도 마찬가지다. 다만 수명이 크게 차이날 뿐이다. 요즘의 낙엽은 나뭇잎이 늙어서 사라지는 과정일 텐데, 봄의 새 싹이 생명의 싱그러움을 뿜어낸다면 가을의 낙엽은 또 다른 아름다움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마지막 순간의 촛불이 가장 밝은 것처럼, 초신성이 폭발하면서 엄청난 광채를 내뿜는 것처럼, 나뭇잎도 이즈음을 가장 현란하게 장식하는 듯싶다. 광휘!

낙엽지는 모습이나 초신성 폭발이나 별의 반짝임이나 그건 모두 우주의 순환 과정이 아닌가. 그러기에 우리는 그들을 아름답게 느끼는가 보다.

양형진 고려대 교수.물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