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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반인권적 결정 내린 한심한 인권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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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국가인권위원회가 "북한 인권 문제는 인권위의 조사 대상이 아니다"는 최종 입장을 발표했다. 2004년부터 4년동안 4억5000여만원의 국가 예산을 들여 내린 결론치곤 한마디로 한심하고, 비겁하고, 허탈한 결정이다.

인권위는 북한을 외국으로 보는 '특수한'관계이기 때문에 북한 주민을 내국인으로 볼 수 없어 조사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했다. 대한민국 헌법상 한반도 전체는 대한민국 영토며 북한 주민은 엄연한 대한민국 국민이다. 인권위가 헌법이 규정한 사항을 부인하겠다는 건가. 백보 양보하더라도 인권은 국경의 문제가 아닌 인류가 추구할 보편의 가치다. 그래서 유엔도 북한 인권에 대해 결의안을 채택하는 것이다. 어떤 경우라도 동포인 북한 주민의 인권을 외면하는 것은 반인권적 행태다.

북한에 대해 실효성 있는 관할권을 행사하기 어려워 조사할 수 없다는 것도 변명에 불과하다. 인권위는 관할권도 없는 이라크 국민의 인권을 거론하며 이라크 파병 반대 결의안을 낸 적이 있다. 일관성도 형평성도 없는 인권위의 결정에 실소만 나올 뿐이다. 북한을 꼭 방문해야만 북한의 인권 실태를 조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탈북자를 대상으로 적절한 조사방법을 적용하면 치우침이 없는 객관적 조사를 얼마든지 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북한 접근이 어렵다 해도 성명이나 대외활동을 통해 북한에 압박과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

최근 국제사면위원회는 북한이 강제 송환된 탈북자를 공개 처형까지 한다고 보고했다. 정치범 수용소에서는 식량 부족으로 숨지는 사람도 나온다고 했다. 인권위는 인도적 대북 지원 사업을 정치 사안과 분리해 지속하라고 정부에 요구하면서 왜 인간적 삶의 가장 기본이 되는 인권에는 침묵하려 하는가.

더 이상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정당한 요구와 평화적인 압력을 미룰 수는 없다. 남쪽에선 사사건건 인권 잣대를 들이대면서 북한에 대해선 저자세로 일관하는 한 인권위의 존재에 대한 국민의 불신만 깊어간다는 점을 명심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