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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프전 계기 여기자종군 싸고 "논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걸프전쟁에 세계 유수 언론매체들이 여성 종군기자를 다수 파견하면서 과연 여기자들의 전쟁취재가 꼭 필요한 것인가에 대한 논쟁이 세계언론계 곳곳에서 일고 있다.
영국의 더 타임스지 최근호에 따르면 영국의 경우 일곱명의 TV 방송 여기자와 다수의 신문 여기자들이 걸프전쟁 취재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BBC 방송기자로 사우디아라비아에 파견된 케이트 애디, 요르단 파견의 캐럴 워커 등이 있으나 이들이 물론 종군 여기자의 효시는 아니다.
이미 1859년 이탈리아 전쟁취재를 위해 더 타임스 종군기자로 뛴 레퍼드, 1890년대 남아프리카 국가들과 영국의 전쟁을 취재한 맨체스터 가디언의 에밀리 홉하우스라는 여기자 등이 있었으나 종군기자였던 오빠가 앓아눕자 우연한 기회에 전장의 뉴스를 취재하게 된 케이스 등이다.
지금까지 전쟁에서의 전통적인 여성역할은 보조자이든가 간호원, 민간인 희생자에 불과했던 게 사실이다.
지난 50년간 언론계에서는 여기자를 전쟁터에 내보낸 개혁적인 편집장들과 이에 반대하는 보수적인 언론인들 사이에 흥미있는 논쟁이 일곤 했다.
쟁점은 과연 여성이라는 성의 특성이 전쟁터에서 남성과는 특별하고 다른 시각의 기사를 보내는데 기여하냐는 것이다.
BBC 방송의 여성 시사뉴스 부장인 제니 아브람스키씨도 『남녀능력에는 차별이 없으며 내가 판단해 가장 적합한 사람을 전쟁취재에 내보낼 뿐』이라고 말했다.
이미 화학전쟁에 대비한 훈련을 마치고 전쟁터에 뛰어들 태세를 갖추고 있는 BBC 방송 종군지원 여기자 제인 필은 여성기자가 남성기자와 전쟁에 대한 시각이 다르다는 전제와 논쟁 자체를 거부한다.
그러나 『첫번째 희생자』라는 책을 쓴 필립 나이틀리는 제2차 세계대전을 회상하면서 『군인들이 여성 특파원에 대해 강한 반발심을 가졌었다』고 말했다.
또 영국의 한 젊은 전직 장교는 『전쟁터에서 젊은 남성기자는 동료 정도로 받아들일 수 있으나 젊은 여성기자들은 다른 기분들을 자아낸다』고 지적했다.
어쨌든 성의 역할분담이 점차 흐려져 가는 시대이기는 하나 전쟁터에 여기자를 내보내는 게 불가피한지에 대한 논쟁은 세계언론계 곳곳에서 계속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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