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의 네가지 유형(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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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해 연초 홍콩에서 발행되는 문회보라는 신문 칼럼에 한국사회에서는 뇌물을 주지 않고는 관청의 민원이 해결되지 않을 정도로 부정부패가 만연되어 있다고 해 국내에 파문을 일으킨 일이 있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며칠뒤에 나온 같은 칼럼의 내용이다. 필자는 한국측의 어떤 항의를 받았는지 몰라도 자신이 인용한 한국사회의 뇌물수수 사례들은 70년대에 있었던 일이며 이제는 한국에 부정부패가 없다니 기쁘기 그지 없다는 글을 다시 실었다.
그러나 그 칼럼은 『당신들이 없다고 하니 없다』고 쓰기는 하겠지만 누가 그 말을 믿겠는가 하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부정부패가 근절된줄 알았던 우리사회에 연초부터 초대형 사건들이 연거푸 터지고 있다.
예·체능계 입시부정만 해도 감당하기 어려운데 국회의 뇌물 외유사건에 한보사건까지 겹쳐 온나라가 썩는 냄새로 진동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부패에는 네가지 유형이 있다.
첫째는 하급관료를 중심으로한 규모가 작은 오직,둘째는 특정한 기업가·정치가 관료의 유착에 의한 소규모 의옥,셋째는 국가의 재정·금융정책에 밀착해 특정한 계급 또는 기업계열에 대한 차별적인 이익을 유도하는 이른바 「합법」을 가장한 체제적·구조적 부패,넷째는 외자도입 또는 외국원조 과정에서 양쪽 당사국의 정치인·재계인·관료간의 공모로 성립되는 국제적 부패가 바로 그것이다.
이같은 부패의 메커니즘을 보면 첫째 유형은 국유재산의 소규모 횡령·배임으로 뇌물의 수수·요구·약속의 형태로 이뤄진다.
둘째 유형은 국유재산의 대규모 횡령·배임으로 특정 기업계열에 대한 특혜융자·면세·불하·보조·인가·낙찰 등에 의해 거액의 뇌물이 오고 간다.
셋째 유형은 「국익」또는 「공공의 이익」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형식상 합법적으로 정부 차원의 구매·판매·공사청부등의 특혜가 주어지는데 이에 대한 반대급부는 정부·여당 또는 여야의 대표적 파벌이나 정치인 개인의 정치 자금이다.
넷째 유형은 국가간의 각종 계약때 가공의 계약서를 작성,그 차액을 당사자간에 나눠 먹는 것으로 가장 대표적인 정치자금원이다.
그렇다면 이번 한보사건은 어느 유형에 속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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