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대종상 대작 풍년으로 뜨거운 각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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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영화계의 가장 큰 잔치인 대종상 영화제가 오는 3월 12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다. 행사주최측인 영화인협회(이사장 유동훈)는 5일 세종홀에서 영화계 인사들을 모아 원만한 행사 진행을 위한 여러 방안을 논의했다.
토론 결과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되 잡음을 없애기위해 예심은 공개득표제로 하고 당일 현장에서 수상자(작)를 발표, 영화계 전체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키로 했다.
지금까지는 시상식 전에 수상자(작) 명단이 새나와 수상에서 제외된 인사들이 거의 불참, 축제 분위기의 김을 빼게 했었다.
올해 대종상은 그 어느 해보다도 뜨거운 각축전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 상당수의 우수영화가 제작됐고 올 초에도 3∼4편의 영화가 대종상을 노리고 공개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우선 본선에 오를 후보작 5편을 가려내는 일부터도 쉽지가 않다.
대종상은 지난해부터 올 초까지 제작된 영화 중 5편을 예심에서 뽑아 17개 부문에 걸쳐 시상된다.
지난해 나온 영화를 일별해도 『남부군』 『그들도 우리처럼』 『장군의 아들』 『단지 그대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꿈』 『미친 사랑의 노래』 『마유미』 『물위를 걷는 여자』 『꼴찌부터 일등까지 우리 반을 찾습니다』 『나의 사랑 나의 신부』 등이 눈에 띈다.
여기에 개봉 준비중인 『은마는 오지 않는다』 『누가 용의 발톱을 보았는가』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젊은 날의 초상』 등도 출품돼 수상을 벼르고 있다.
이중에서 5편만 본심에 오를수 있어 탈락된 작품들은 어떤 식으로든 섭섭함을 표하게 마련이다.
이 때문에 영화계 일각에서는 대종상 방식을 미국의 아카데미상처럼 각 부문별로 후보작(자)을 선정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고, 상당수의 영화인들이 이에 공감하고 있기도 하다.
대종상의 그랑프리인 최우수작품상은 『남부군』 『그들도 우리처럼』, 그리고 아직 공개 안된 작품 중 하나에 돌아갈 공산이 크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남부군』 『그들도 우리처럼』 등은 치밀하기 못한 내면묘사 등의 결함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한국영화계가 거둔 최고의 수확으로 평 받는데 이의를 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
실제로 영화평론가 18인은 지난 1월 90년 한국영화 베스트5를 선정하면서 『그들도 우리처럼』은 전원일치로, 『남부군』은 15인이 베스트5에 넣었었다. 3위는 11사람이 꼽은 『장군의 아들』이었다.
감독상의 유력한 후보로는 『남부군』의 정지영, 『그들도 우리처럼』의 박광수, 그리고 「한국영화계의 보배로운 존재」인 『장군의 아들』의 임권택 등이 우선 꼽히며 김호선(미친 사랑의 노래), 김유진(단지 그대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배창호(꿈), 이명세(나의 사랑 나의 신부) 등이 추격하는 형세다.
남자주연상은 『남부군』에서 열연한 안성기가 멀찌감치 떨어져 독주하는 가운데 그 뒤를 이영하(단지 그대가…), 문성근(그들도…), 박중훈(나의 사랑…) 등이 무리지어 따라붙고 있다.
여자주연상은 최진실(나의 사랑…), 심혜진(그들도…), 황신혜(물위를 걷는 여자), 원미경(단지 그대가…) 등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각축전이 한창이다.
신인감독상은 『꼴찌부터 일등까지…』를 연출한 황규덕이 차지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으며 남녀배우 신인상 후보로는 박상민(장군의 아들), 김성령(누가 용의…), 김금용(산산이…) 등이 꼽힌다.
올해 대종상의 숨은 변수는 아직 개봉 안된 곽지균 감독의 『젊은 날의 초상』, 강우석 감독의 『누가 용의 발톱을 보았는가』, 강길수 감독의 『은마는 오지 않는다』, 정지영 감독의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등으로 이들 작품의 질에 따라 수상작(자) 선정에 파란이 일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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