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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공사 진두지휘 「불도저」경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걸프전쟁이 장기화의 조짐을 보이면서 동아그룹 최원석 회장(48)은 세계정세 흐름에 한층 더 예민해졌다.
그의 대역사가 벌어지고 있는 리비아가 전쟁의 영향권에 휩쓸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리비아의 트리폴리 뿐아니라 사우디의 지다·리야드·프랑크푸르트·런던등 지사에서 들어온 전황에 관한 분석보고서를 종합하고 임원회의에서 대책을 협의한다.
다행히 리비아의 카다피 국가원수는 최근 무척 몸조심을 하고 있다.
동아의 리비아 사업도 일단 안정권에 있다.
지난 84년 미국이 트리폴리를 맹폭했을 때 카다피 정권이 무너지고 「동아건설도 망한다」는 소문이 쫙 돌았다.
최회장은 잠못 이루는 밤이 많았다.

< 지난해부터 금주 >
최회장은 작년 4월이후 술을 전혀 입에 대지 않는다.
평소 양주 반병정도가 주량인 점을 잘알고 있는 주변사람들이 이유를 묻자 「정신집중을 위해서」라고 했다.
55억달러가 넘는 리비아 대수로 2단계 공사에 입찰, 마지막 협상이 한창 진행중일때의 일이다.
1단계공사 수주차여서 연고권까지 있는 상황에 술때문에 일을 그르칠까봐 금주를 결행한 것 같다는게 주위의 평이다.
대수로 1단계 공사를 36억달러에 파이프매설까지 따낸 것도 최회장 자신이다.
당시 리비아측은 공사대금을 깎아즐 것을 동아측에 요구했다.
동아측 협상 참모들이 리비아측의 요구대로라도 수지가 맞으니 들어주자고 졸랐다.
그러나 최회장은 고위관리들에게 「술이나 듭시다」라고 말했을 뿐, 가부여부를 답하지 않았다.
대신 자리를 옮겨서 『당신들은 국운이 걸린 사업이고 나는 사업가다. 협상이 결렬되어도 하는 수 없으니 그간의 우정이나 변치 말자』고 했다.
다음날 걸과는 동아의 입찰액에 낙찰이 결정됐다.
수행원이 그에게 물었다. 대답은 간단했다.
『그동안 진실로 대해왔기 때문에 자신이 있었다』는 것이다.
아랍인의 민족성과 국가관에 나름대로 일가견이 있는검이 이런 「배짱」을 부리는데 큰 힘이 됐을 것이라는게 그를 잘아는 사람들의 중평이다.
최회강은 해마다 새해아침을 해외 근로자들과 함께 맞이한다.
올 연초 역시 리비아 현장에서 그들과 떡국을 들었다.
그의 미국유학생활은 그에게 달러화의 위력을 체험케 했다.
깐깐하기로 소문나 있는 선친 최준문회장(85년 작고)의 「조막손」송금이 귀한 체험을 하게한 셈이다.
때문에 요즘도 그는 국내일은 계열사 사장에게 거의 일임하고 있지만 해외공사에 관한한 규모에 관계없어 수주 교섭에서부터 계약까지 자신이 직접 챙긴다.

< 77년에 「대권」승계 >
그런 그도 74년 해외진출에 첫발을 내디딜 때 부친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쳤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안전제일주의 때문이다.
결국 사우디아라비아에서의 도로공사 수주를 단독 결정한 뒤 그는 현장의 천막에서 살다시피하며 근로자들을 진두지휘했다.
「불도저」라는 별명을 얻은 것도 그때의 일이다.
그러나 중동에서의 공사가 순조로웠던 것만은 아니었다.
78년 수주한 l2억8천만달리짜리의 사우디아라비아 전화 확장공사에서 시련을 맞은 적도 있다.
1백26만 회선의 전화를 가설하는 방대한 규모여서 시공 수개윌만에 문제가 터졌다.
폭염 때문에 케이블접속과 아스팔트 시공에서 하자가 속출하자 사우디 정부가 공사를 다른회사에 넘기겠다고 나섰다.
급히 사우디로 날아간 최회장은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했다.
부족한 기술자를 충당키위해 국내에서 전화공사 경험가 2백명을 모집, 2개윌간 속성 위탁교육을 시켜 현장에 투입했다.
이 결과 8개월의 공기 단축으로 공사는 성공리에 끝났다.
사우디 체신장관은 최회장에게 사례로 벤츠 승용차를 선물했고 사우디 왕실농장의 관리운영권도 보너스로 받았다.
KAL기를 전세내 기능공 9천명을 단숨에 공수, 토공 마무리 짓는것을 지커보고 있던 유럭업체들이 최회장을 「빅맨」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1945년 동아건설로 시작한 동아 그룹은 현재 건설·운송·무역·금융 분야에 15개 계열사와 1개의 학교법인(공산학원)으로 짜여있다.
65년 22세의 나이에 동아건설 총무과장으로 경영수업을 시작한 최회장은 지난 77년 창업주로부터 겅영대권을 승계 받았다.
작년 동아 콘크리트 사장, 68년 동아건설 사장, 71년 대한통운 사장을 거쳐 77년에 그룹회장에 취임했다.
회장 취임당시 10개 계열사의 매출총액은 1천8백억원. 작년말에는 2조4천5백억원으로 취임당시에 비해 14배 신장됐다.
한국 9대 그룹이 된 것이다.
직원수도 1만4천명에시 4만여명으로 늘어났다.
특히 83년 「이치사건」으로 법정 관리하에 있던 공영토건을 3년6개윌만에 정상 가동시켰다.
그의 경영능력이 돋보인 대목이다.
그럼에도 최회장은 선대 회장밑에서 일을 배운 그룹임원들로부터 조언을 많이 받는 편이다.
대신 그들에게 재량귄도 많이 주고있다.

< 탁구실력 수준급 >
최회장의 하루 일과는 별일이 없으면 오전 8시30분 출근, 텔렉스와 팩시밀리를 챙기는 것으로 시작된다.
비서실에서 준비한 종합보고서를 브리핑 받은 뒤 결재에 들어간다.
그는 재벌총수로서는 보기 드물게 요즘은 많은 시간을 가정생활에 할애한다.
퇴근하면 곧장 집으로 가고 출장중이 아니면 공휴일은 반드시 가족들과 함께 지낸다.
자신이 그렇듯 임직원들의 사생활도 최대한 보장해 준다.
회사에 일찍 출근했더라도 8시30분이 돼야 재실등을 켜게하고 늦게까지 남아 있는 경우도 퇴근시간이 되면 끄게 한다.
임직원들이 회장의 출퇴근에 맞춰 행동하는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그는 학창시절 충남대표로 뽑힐만큼 탁구에 상당한 실력을 갖고 있다.
전에는 사내에서 직원들과 경기도 했지만 요즘은 그만 두었다.
점심시간이나 일과 후 틈을 내 탁구를 즐기는 직원들이 자신을 어려워하는 눈치를 보일것 같기 때문이다.
『신소재 에너지 사업 등 최첨단 기술을 개발, 이용하는 제조업분야 진출을 신중히 검토중입니다. 또 유전공학을 활용하는 연구개발 사업과 종합레저 개발사업, 근대적 유통사업 분야에 과감히 투자할 계획입니다』
최회장의 90년대 그룹 발전 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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