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도 내 일이라 생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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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서울 서초우체국에 근무하는 이경화(37.사진) 민원팀장은 우체국 안에서 '움직이는 고객만족'으로 통한다. 끈질긴 노력으로 고객의 민원을 해결해준 일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 팀장은 올해 2월 우체국 민원실을 찾은 30대 남자의 안타까운 사연을 들었다. 고객은 지난해 6월 독일에서 사망한 아버지의 장례를 치른 뒤 유품을 놓고 귀국했다. 그가 묵은 호텔에서 이를 알고 객실 예약을 한 서초구의 여행사로 유품을 보냈지만 이를 받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국내 우체국에 전화를 하니 '국제소포는 등기번호를 알아야 확인할 수 있다'는 대답뿐이었고, 유품을 보낸 독일 호텔 직원은 퇴직을 해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이 팀장은 우체국에 쌓여 있는 국제소포를 일일이 확인하고 국제우편물이 취합되는 서울국제우체국에 조회했지만 허사였다. 그러다 호텔 직원이 국내 주소를 잘못 적었을 것이라고 생각해 주소 불명으로 배달되지 않은 국제소포를 뒤지기 시작했다. 그는 주말에도 우체국에 나와 국제소포 장부를 확인하고 수백 개의 미배달 소포를 확인했다. 민원 접수 4일째 마침내 문제의 소포를 찾는 데 성공했다. 이 팀장은 "유품을 받은 고객이 눈물을 흘리며 '불효자식을 면하게 해줘 너무 감사하다'는 인사를 할 때 큰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일로 3분기 우체국 민원처리 최우수상을 받았다. 이 팀장은 지난해 태국에서 보낸 비행기표를 받지 못해 출국할 수 없게 된 고객의 민원을 받고 이를 비행기 출발 전까지 배달하도록 한 공로로 '우정사업본부 서비스왕'이 됐다.

이 팀장은 민원 해결을 잘하는 비결을 묻자 "민원을 내 일이라고 생각하고 시간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한번 더 확인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하루 평균 150여 통의 전화와 고객 방문을 처리한다는 그는 "항상 고객을 이해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를 유지해야 한 업무를 제대로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험을 더 쌓은 뒤 우체국 직원에게 고객만족 교육을 해보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1990년 우체국에서 일하던 언니를 따라 우정 공무원이 된 이 팀장은 95년 결혼한 남편(사업)과 1남1녀를 두고 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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