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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mily건강] 진단방사선과 없어지고 영상의학과 새로 생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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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MRI

내년 5월께면 병원에서 진단방사선과가 사라진다. 이름 바꾸기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으로써 영상의학과라는 이름이 공식적으로 쓰이게 되는 것. 개명의 배경은 과학기술의 발전이다. 진단방사선학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새 시대에 맞는 이름으로 갈아입은 것. 1895년 X선을 발견함으로써 질병진단의 지평을 연 뢴트겐으로부터 한 세기가 지난 지금, 병원의 진단기술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안전해졌다=뢴트겐이 실험을 위해 아내의 손에 조사한 방사선 세기는 20래드(rad). 몇 장만 찍으면 피부가 벌겋게 달아오를 정도로 위험천만했다. 그러나 요즘 일반적인 X선 장비의 방사선 조사량은 20m래드(1래드=1000m래드) 수준. 가장 높다고 하는 CT(컴퓨터단층촬영)도 1래드에 불과하다.

방사선을 쓰지 않는 MRI(자기공명영상장치)와 초음파도 개발됐다. MRI는 자기장을 이용해 몸속 물 분자의 분포를 영상화하는 장치. 따라서 수분이 많은 머리 속(뇌척수액).근육.심장.간.혈관을 찍는 데 유리하다.

초음파는 가청영역(20~2만㎐)보다 주파수대가 훨씬 높은 음파(100만~1000㎐)를 이용한다. 음파가 조직을 통과하는 속도와 반사율의 차이를 영상으로 얻는다. MRI와 초음파 장비는 인체 위해 요인이 없거나 미미해 임신부에게도 사용되고 있다.

CT

영상의학의 강점은 몸을 열고 들어가지 않고 검사할 수 있다는 점. 요통의 원인을 밝혀내기 위한 척수강조영술이 대표 시술이다. 종래엔 척추에 바늘을 꽂고 조영제를 넣어 검사했지만 척추MRI의 등장으로 이런 불편이 사라진 것이다.

정밀해졌다=영상의학과를 대표하는 3대 첨단 장비가 MDCT(다중컴퓨터단층촬영)와 MRI, PET CT(양전자방출 컴퓨터단층촬영)다. MDCT는 몸을 투과한 X선을 측정하는 방사선 감지기의 숫자를 늘려 속도와 선명도를 높인 첨단 CT. 1㎜ 이하의 머리카락까지 찍을 수 있을 정도의 해상도를 자랑한다. MRI는 자장의 세기가 3테슬러까지 임상에 쓰이고 있다. 해부학 시간에 돋보기로 관찰했던 귀 안의 삼반고리관이나 달팽이관(2~3㎜)도 그려낸다.

초음파

fMRI(기능적 자기공명영상)는 혈액 내 산소농도와 혈류량의 변화를 자기장으로 읽어낸다. 종래 해부학적 영상에서 뇌의 기능까지 파악할 수 있다. 섹스 또는 도박을 할 때 각 뇌 중추 부위의 기능이 활성화하는 모습은 물론 뇌종양을 제거했을 때 어떤 장애가 올지 미리 예측해 수술에 참고한다.

PET CT는 동위원소를 이용한 영상에 CT의 기능을 결합한 것. 산소.포도당 등 대사산물의 변화를 통해 암 발생 여부를 알아낸 뒤 CT가 정확한 위치를 잡아낸다.

저선량 폐CT(0.2~0.3래드)나 유방초음파의 경우 0.5㎝ 크기의 암덩어리도 찾아낸다. 몇 년 전만 해도 2㎝ 암도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

치료까지 한다=종래 진단만 하던 영상의학과 전문의들이 직접 환자를 치료하기도 한다. 이른바 중재적 방사선학의 등장이다. 이 분야는 크게 둘로 나뉜다. 막힌 것은 뚫고, 뚫린 것은 막아주는 것이다.

전자를 대표하는 질환이 급성 뇌경색. 뇌혈관이 막혔을 때 종래엔 혈전용해제를 정맥 주사했다. 약물이 희석돼 효과가 떨어졌고, 용해되는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사타구니 동맥으로 도관(카데터)을 집어넣어 머리의 동맥에 혈전용해제를 직접 주입한다. 즉시 효과가 나타나는 것. 심한 동맥경화 부위에 스텐트를 박아 혈류를 소통시키는 시술도 영상의학과 영역이 됐다. 후자의 경우엔 주로 혈관을 막는 시술을 한다. 암덩어리에 연결된 혈관을 막아 암세포를 괴사시키는 데 활용한다. 간암환자에게 시행하는 간동맥 색전술이 대표적이다.

빨라졌다=불과 5년전만 해도 심근경색으로 입원한 환자는 사타구니 동맥으로 도관을 심장까지 밀어넣어 조영제를 주입하고, X선 사진을 찍었다. 총 검사시간만도 2시간 여가 소요됐다. 그러나 지금은 관상동맥 CTA나 MRA(혈관단층촬영)로 10여분 만에 검사한다.

PACS(영상정보전달장치)는 컴퓨터로 영상을 보내고 저장하는 시스템. 종래 필름을 현상.보관하던 것을 컴퓨터로 전송.저장해 판독이 빨라짐에 따라 환자의 대기시간을 크게 줄였다.

도움말:영동세브란스 정태섭 교수, 아주대병원 조재현 교수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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