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공때 특혜시비속 급성장/한보그룹 어떻게 커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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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79년 은마아파트 히트로 “한몫”/재계 랭킹 42위… 재무구조 허약
서울 수서지구 택지 특혜공급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한보그룹은 80년대 5공이후 급성장한 건설전문회사다.
이 회사 정태수 회장(68)은 국세청 하급공무원 출신으로 지난 74년 서울 구로동 재개발지역 1천2백여평에 아파트 1백80가구를 지으면서 주택건축업을 시작,77년 신림동에 9백60가구의 아파트를 건설,분양함으로써 두각을 나타냈다.
특히 79년에는 서울 대치동에 당시 재벌급 기업들도 생각을 못했던 4천4백24가구의 대규모 은마아파트 건설에 착수,업계를 놀라게 했다.
은마아파트는 2차 석유파동으로 유가·환율이 대폭 오르면서 불기 시작한 아파트 붐을 타고 성공리에 분양을 완료,한보는 여기에서 생긴 막대한 이익으로 기업 확장에 나섰다.
요르단등 해외건설에 진출하는 한편 83년 효성의 신갈골프장을 인수하고 84년에는 금호의 철강사업부문을 인수해 한보철강을 출범시켰다.
또 건축자재(한보기업·한보목재),부동산(한보상가·한보아파트관리),탄광(한보탄광) 등으로 영역을 넓혀 85년 계열기업은 12개로 늘어났고 국내기업 가운데 매출액 순위가 43위에 오르는 성장을 거듭했다.
그러나 이처럼 단시일내에 이루어진 성장의 배경에는 특혜시비가 항상 뒤따랐다.
은마아파트 건설당시 부실공사 시비로 몇몇 서울시 공무원들이 다치는 불상사가 있었고,특히 때마침 등장한 이규동씨등 5공 권력층과의 연관설에 시달렸다.
물론 한보그룹측은 성장배경을 정회장의 독특한 경영스타일에 있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한보는 다른 그룹과는 달리 아직 사옥조차 없다. 계열회사 사무실이 은마아파트 상가에 흩어져 있다.
또 몇십만원 이상의 지출은 반드시 정회장의 결재를 필요로 한다.
출장을 갈때는 그 기간동안에 필요한 자금결제를 미리 해주고 그 이외의 지출은 일절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회장은 심지어 골프장에 갈때도 회사직인을 갖고 다닌다는 소문이 있다.
「절약할 수 있는 부분에서는 한껏 절약하고 투자할 가치가 있는 곳에 과감히 쏟아붓는 경영스타일」이 단시일내의 성장비결이라고 한보측은 주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보그룹의 재무구조는 좋은 편이 아니다.
89년말 현재 그룹 매출액은 2천7백82억원으로 국내 그룹가운데 42위를 차지했으나 한보철강을 제외한 대부분 기업들이 적자를 나타내 순이익은 마이너스 2백4억원에 이르고 있다.
85년 이후에는 감량경영을 위해 골프장등 계열사일부를 매각 또는 통폐합했으나 해외건설에서 재미를 못본데다 대부분의 계열사가 아직 본격적인 흑자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한보그룹이 국내 아파트건설에 역점을 두고 있는 것도 최근의 아파트붐을 타고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현재 한보에는 전직 서울시 고위간부 2명이 사장을 맡아 아파트건립등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5공당시 산업경제국장으로 서울 노량진수산시장 운영권 강제 인수사건과 관련,조사를 받았던 강병수 올림픽준비단장(1급)은 서울시 공무원교육원장에서 물러난 뒤 89년 4월부터 한보주택 사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구청장(2급)으로 재직시 비리와 관련,면직됐던 박형원씨도 89년 8월부터 계열회사인 한보탄광의 사장으로 재직중이다.
한보주택은 이번에 말썽난 수서지구의 특별분양주택 건립용지 옆을 지나는 서울 지하철 3호선 연장(양재∼수서)의 1개공구 건설공사를 따냈으며 한보철강에서도 서울지하철 5호선 1개공구,사당∼금정간 전철 1개공구 공사를 따내 공사중이다. 서울 목동 신시가지옆 신정유수지 복개공사도 한보주택이 맡아하고 있다.<한종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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