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심회 보고문 북한은 '조국' 한국은 '적후' 지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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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밀 공작내용도 e-메일로 전송=사건 초기 국가정보원은 일심회 총책 장민호(44)씨로부터 휴대용 컴퓨터 저장장치(USB) 4개를 압수, 1만여 쪽 분량의 대북 보고문건을 확보했다.

여기에는 최기영(39) 민주노동당 사무부총장이 "김정일 장군님의 선군 영도가 유일한 정답입니다. 새로운 세기의 수령임을 뼈저리게 느낍니다"라고 작성한 대북 충성맹세문도 담겨 있었다. 장씨는 북한을 '조국'으로, 대한민국을 '적후(敵後)'로 불렀다고 검찰은 전했다.

일심회는 국내 특정 정당에 침투하고, 선거에 개입하라는 북한의 비밀 공작지시도 e-메일로 전달받았다. 지난해 11월 일심회는 '민노당을 확대 강화해 대중적 혁명력량을 마련하기 위한 사업을 밀고 나가야 할 것이다' '○○연합은 민노당과 긴밀한 련계 밑에 진보세력 후보들을 밀어주도록 하며 지난 시기와 마찬가지로 시민단체와 함께 락선락천운동을 하여야 하겠다'는 지시를 받았다.

또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보낼 선물을 마련하라는 지시도 일심회로 전달됐다. '사장님(김정일을 지칭한 은어) 생신날에 진귀한 선물을 잘 준비하여야 될 것 같은데 어떤 것을 하시겠는지 보낼 선물이 결정되면 즉시 알려주기 바란다'는 내용이 올해 9월 전송되기도 했다. 공안 당국 관계자는 "실제 생일 선물이 아니라 구체적인 공작활동의 결과물을 언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20여 개 e-메일 사용=일심회의 간첩 혐의를 입증하는 데는 장씨 등의 비밀 인터넷 e-메일 주소를 확보해 내용을 분석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국정원과 검찰은 장씨가 safe×××.net, fast×××.fm, aus×××.edu 등에 설치한 e-메일 주소 6개를 압수했었다. 차명을 이용한 국내 업체의 e-메일 주소 등을 포함하면 20여 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장씨는 이중 암호장치를 사용하는 등 철저히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려 했다. 다른 일심회 조직원과의 연락을 취할 때도 집이나 사무실 주변 PC방을 이용하는 등 보안에도 공을 들였다고 한다. 외국의 e-메일로 지시나 보고내용을 띄운 뒤 이를 개인별 컴퓨터 저장장치(플로피디스켓)에 담는 방식이었다. 일심회 조직원 전체로부터 압수한 USB와 개인용 컴퓨터, 플로피 디스켓 등 저장장치만도 12종에 1000여 점에 달한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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