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시각 입시부정은 특권층 예술독점서 비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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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서울대 음대 등의 입시부정 사건은 세간의 여론을 들끓게 하고 있다.
그동안 예능계 대학입시와 관련해서 나타난 부정입학사례는 예능계 교육풍토가 얼마나 곪을만큼 곪아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예능계 입시의 공정성 문제가 끊임없이 대두되었고 현재의 실기시험 공동관리제 등은 이를 방지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이러한 반 사회적 부조리를 막기 위해 학부모·교수의 도덕성 및 지성의 회복을 촉구하고 입시공동관리제도를 전면 재검토하여 개선안을 마련키로 하였다지만, 과연 오늘날의 예능계대학입시제도와 얽힌 문제가 그렇게 간단하게 풀어질 사안만은 아닌 것 같다. 지금의 예능계 대학의 문체가 우리의 잘못된 문화구조와 직접적 연관을 맺고 있으며, 이 문화구조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이해 없이는 장님 코끼리 만지기식의 해답만 얻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양극의 첨단을 걷고 있는 우리 문학구조의 왜곡현상은 부동산 투기 등 부도덕한 자본축적의 길을 걸어온 경제구조의 직접적인 영향 속에 형성되었다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따라서 고도성장을 거듭해 오던 70년대 이후 소위 고급문화예술은 물질적 규모만 커진 경제위상에 걸맞게 기형적 성장을 해왔고 그 환경조성을 위한 예능교육은 대중적 기반 없는 문화풍토 속에서 어쩔 수 없이 부유층의 독점물로 전락될 수밖에 없었다.
이중화된 문화구조는 대중문화의 비속화와 함께 결국 고급문화예술의 자기도취적 귀족주의를 촉진시키고 경제 사회적 특권과 밀접하게 관련된 지배계층의 교육독점행위를 앞장서 조장해 왔다.
그러한 뜻에서 이번 사건은 교수의 도덕적 각성, 혹은 실기심사제도의 개선에서 문제의 열쇠를 찾기 보다 과열입시에서 돈의 위력이 가장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고 예술가의 독점적·특권적 지위를 보강해 주는 현 예능계대학교육과 문학계 전반에 대한 위상 재검토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함이 마땅하다.
그 우선의 방법은 귀족주의적 허식으로 가득찬 일부 계층의 교육독점행위를 막는 일일 것이다. 이는 예능대학의 정원 축소 및 신규증설을 억제하고 서구처럼 학외보다 실기에 가치를 둔 예술학교신설 등을 통해 해결될 과제다. 그런 의미에서 문화부에서 보류됐던 국립예술학교설립계획은 계속 추진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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