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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발언 김형수 <서울 동작구 상도4동 214의 229>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그동안 심정적으로, 또는 소문으로만 나돌던 우리사회의 돈과 관련된 비리가 요즘 하나하나 벗겨지고 있는 느낌이다.
교통경찰관의 뇌물수수현장이 TV카메라에 잡히더니 택지개발사업과 관련된 자금수수설이 신문에 오르내린다.
급기야는 대학교에서, 그것도 이 나라 최고의 권위와 지성을 자랑하던 국립서울대학교에서 입시부정이 적발됐다.
또 이번에는 예능계 입시부정까지 고구마줄기 캐듯 줄줄이 엮어져 나온다. 국회의원들은 연말연시의 무더기 외유사태로 따가운 눈층을 받더니 뇌물성 여행경비를 받고 외유를 다녀온 의원 3명이 검찰에 적발되었다.
당사자의 항의성 변명이 가관이다. 『그것은 오랜 관례』라고.
정말 왜들 이러는 것인가. 국민들은 긴장한 채 걸프전쟁의 추이를 지켜보며 일희일비하고 있다. 이에는 아랑곳없이 국회의원이란 사람들이 부부동반에 커다란 짐꾸러미를 들고 해외여행에서 돌아오는 모습을 보였다. 이보다 더 한심한 일이 또 있단 말인가. 그것으로도 모자라 이번엔 금전추문까지 흘러나왔다. 그런데도 할말이 있는 모양인지 위풍은 당당했다.
음대입시부정의 문제는 더욱 가관이다.
지금까지 대학입시만은 우리사회에서 공정성의 보루와 같은 것이였다. 또 대학교수들은 우리사회 도덕성의 상징같은 존재였다. 그것 역시 공공연한 비밀이었다는 것 아닌가.
이 사회가 갈길을 잃은 것이다.
국회는 어떤 아픔을 감수하더라도 이제 철저한 자기정화·자기쇄신에 나서야 한다. 국회의원이 조직폭력배 두목의 석방탄원을 하고 다녔다. 국회의원이 부정한 돈을 받아썼다. 어떻게 신뢰할 수 있단 말인가. 음대를 비릇한 예체능계의 입시부정 역시 차제에 바로 잡아야한다.
이번 두 사건은 우리사회 상층부의 비리구조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세상이 다 더럽혀지더라도 홀로 깨끗해야 할 국민의 대표기관이며 교육기판이 폭력과 돈 앞에 타락해가는 것을 보는 우리 서민이 너무 불쌍하고 착잡하지 않은가.
우리는 국회의원사건도, 음대입시 부정사건도, 우리사회의 비리구조와 부도덕한 관행을 깨뜨린다는 차원에서 똑같이 철저한 수사를 벌여 의혹을 씻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같은 일이 되풀이 되지 않게할 제도적 보완에도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이 사회지도자의 말을. 믿음이 없는데 어떻게 따라갈 수 있겠는가, 지도자가 가리키는 곳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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