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진하면 왜 머리 아플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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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으로 거의 만원에 가까운 엘리베이터에 겨우 몸을 내맡긴 순간 어디선가 풍겨나는 독한 향수냄새. 내리자마자 많은 사람들이 손은 내저으며 독한 향수냄새에 질렸다는 듯이 머리를 지끈거린다.

누구나 한두 번쯤은 이 같은 경험을 해본 사람들이 많다. 특히 엘리베이터와 같은 밀폐공간 안에서 상대방이 뿌린 독한 향수로 인해 느낄 수 있는 불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따라서 머리가 아플 정도의 독한 향수는 오히려 뿌리지 않는 것만 못하다. 그렇다면 악취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특별히 진한 향수를 맡게 되면 머리가 어지럽거나 아픈 이유는 뭘까? 이는 코 속에 두 가지의 감각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하나는 후각을 담당하는 순수한 신경이며 다른 하나는 통증을 맡는 감각이다. 부산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구수권 박사는 "우리가 향수를 통해 느끼는 두통이나 아주 강한 찌릿한 느낌은 후각이 아닌 통각을 자극한다"고 전했다.

즉 향을 구성하는 화학성분의 작용으로 통각이 자극되면 두통이 유발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조향 전문가인 정미순 씨는 "이는 향을 구성하는 성분 중 무거운 성분이 포함된 경우 더 잘 일어난다"고 전했다.

흔히 아기 분냄새, 동물성향, 꽃향기 중에서도 동물적인 느낌이 드는 쿠마린계열과, 케톤 계열이 들어가면 무거운 향을 내며 이는 자칫 머리를 아프게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는 본인의 컨디션의 상태에 따라 천차만별"이라며, "피곤할 때는 무거운 향을 맡았을 때 아플 수 있고, 빈혈이 있거나 하는 경우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요즘은 건강에 대한 관심들이 높아짐에 따라 아로마향 등을 이용한 약리효과를 기대하는 측면도 많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향을 통한 기분전환을 통해 건강에 유익을 주는 측면이 많다고 전한다.

정미순 씨는 "향수는 날씨가 습도가 많은 날이나 우울할 때는 기분이 밝아지고 피곤할 때 피로감을 줄여주는 등 기분전환 측면이 가장 크다"는 설명이다. 조향사들의 경우 늘 많은 향을 맡게 되고 감별하게 된다.

따라서 직업적으로 후각이 굉장히 예민해야 할 것도 같다. 아니면 오히려 많은 향을 맡아 후각이 무뎌지는 직업병은 없을까? 그러나 정미순 씨는 "많은 향을 맡을수록 오히려 섬세해진다"며 "후각적인 피로현상은 사람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있고, 특히 같은 향을 오랫동안 맡으면 일시적으로 그럴 수 있다"고 전했다.

인간은 누구나 같은 향을 오랫동안 접하면 일시적인 마비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 조향사들이 얘기하는 것 역시 일시적인 측면이지 만성적인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악취가 나는 화장실에 처음 들어설 때 느끼는 고약한 암모니아 냄새도 화장실에 어느 정도 머물다보면 처음과 같이 냄새를 인지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원리고 한다. 구수권 박사는 "한가지 냄새를 오래 맡게 되면 후각에 대한 피로도가 높아져 무뎌지게 되는 것"이라며, "조향사들처럼 다양한 향을 맡을 경우에는 후각이 예민해진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후각의 정도를 검사하는 방법이 따로 있을까? 외국의 경우 여러 가지 방법이 많이 개발돼 있고,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친근한 냄새의 향을 만들어 두 가지 검사를 실시하게 된다. 하나는 냄새를 맡을 수 있는 농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보는 역치검사고, 다른 하나는 어떤 냄새인지 감별해 낼 수 있는가를 보는 선별검사다.

이를 통해 후각감퇴증 여부 등을 알 수 있다. 후각감퇴증은 코의 감각을 잃는 후각 장애를 겪는 경우다. 구수권 박사는 "흔히 이는 알레르기성 비염이나 감기 끝에 후각감퇴가 오는 경우가 많고, 바깥쪽에 공기가 들어오지 못하는 물혹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있다"며 "머리를 다친 환자들의 경우 후각신경손상으로 올수 있으며 때에 따라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도 존재한다"고 밝혔다. (서울=메디컬투데이/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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