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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내 타결도 불투명/UR협상 기한내 타결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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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걸프전쟁에 밀려 각국 관심 냉각/농산물 싸고 미·EC팽팽한 대립/정부,대폭 양보앞서 주요국 변화 살펴야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이 과연 예정시한인 2월말까지 타결될 수 있을 것인가.
걸프전쟁에 세계의 관심이 쏠려 있으나,UR협상타결은 이번 전쟁의 결과만큼 앞으로 세계경제 향방을 좌우할 주요 이슈임에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작년 12월 브뤼셀회담의 결렬이후 UR협상에 대한 각국의 열기는 급속히 냉각,현재로서는 2월은 커녕 상반기내 타결도 불투명해졌다.
지난해 브뤼셀회담에서 협상을 올연초로 연기한 이래 미국·EC등은 중동사태의 악화 속에서도 UR타결을 위해 정중동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우선 던켈 GATT(관세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사무총장은 지난 15일 제네바에서 무역협상위원회(TNC)를 개최,각국별 협상진행과정을 점검하고,필요한 경우 회의재개최를 하기로 했다.
또 미·EC등도 1월 하순부터 공식·비공식 절충을 계속,안드리에센 EC부위원장은 지난 24일부터 브라질·우루과이라운드 등 남미 케언즈그룹(농산물 수출국) 순방에 이어 28∼29일 미·캐나다를 방문,칼라 힐스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등과 협상을 진행중이다. 이와 함께 던켈총장도 2월초 우루과이를 비롯,호주·아세안 등의 순방에 나설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그동안 미국으로부터 EC와 함께 집중공격을 받았던 한국은 농산물 분야협상에 대해 공식으로 입장을 바꿨고 일본도 언론등을 통해 쌀에 대해 최소한의 시장접근을 허용할 뜻을 간접적으로 표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미국과 EC의 농산물에 관한 입장은 계속 팽팽히 대립,협상의 2월말 이내 타결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걸프전쟁발발로 세계 주요국 수뇌들의 관심이 이에 집중된데다 미국으로서는 이 전쟁에 대해 EC등의 협조가 더욱 긴요해진만큼 서로의 이해가 엇갈린 UR문제를 꺼내 본격적으로 논의할 분위기가 아니라는 것도 협상전망을 어둡게 하는 결정적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여기에 최근 미국내에서는 야이터 농무장관이 공화당내 요직으로,힐스대표는 법무장관이나 상원의원 출마설이 강력히 거론되고 있다. 말하자면 UR타결을 주도해온 주역들의 거취도 조기 협상타결에 장애요소가 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현재 미 행정부와 GATT측에서는 2월말까지 농산물을 포함해 UR 15개과제의 주요골격만을 미 의회에 보고,일단 의회에 신속승인 절차적용(fast track)을 신청한뒤 구체적 합의내용은 추후에 의회에 제출해 심의를 요청하는 방안이 강력히 추진되고 있다.
다시 말해 미 행정부가 UR타결 결과의 일괄심의를 미 의회에 요청하는 시한은 2월말이다. 실제 의회의 심의는 6월부터 시작되므로 그 사이에 시간을 벌어 협상을 마무리짓겠다는 전략이다.
미 행정부 내에서는 지난 73년 동경라운드에서도 이같은 선례가 있어 이 방안의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같은 상황등을 종합할때 UR협상이 실질적으로 재개되려면 걸프전쟁이 일단 진정된 후라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 여기에는 미 행정부와 의회 사이의 신속승인 절차적용 시한 연장여부가 협상향방에 주요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부는 일단 UR협상에 대한 이같은 주요국들의 움직임을 알고 농산물에 대한 입장을 크게 완화,타결에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그러나 정부로서 주목할점은 UR타결이 우리의 노력만으로는 되지 않는 만큼 주요국의 입장변화 등 지속적 상황파악이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미국은 이미 지금이 협상을 적극 추진할 시기가 아니라는 판단에도 불구하고 이달말부터 한국등에 서비스·관세 무세화 등에 대해 양자협상을 재개하자고 제의해 놓고 있다.
물론 이는 협상타결을 위한 미국측 노력의 일환으로도 볼 수 있으나 결국 UR협상이 실패할 경우 모든 통상문제를 쌍무협상으로 끌고 가겠다는 사전준비의 계산도 깔려있는 것이다.
우리로서는 UR협상이 걸프전쟁의 뒷전에 가려있다고 결코 등한히 할 일이 아닌 것이다.<장성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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