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중앙일보

입력

요즘 대한민국이 부동산 때문에 난리다.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 가운데 집값이 폭등한 사람은 좋아서 난리고, 집이 없는 사람은 영영 집을 사지 못할까봐 전전긍긍이다.

포털 사이트의 뉴스를 보니 집이 없는 어떤 가정은 집을 사느냐 마느냐를 가지고 몇 년만에 부부싸움까지 했다고 하던데, 그 얘기는 내 얘기이기도 했다. 나도 집이 없는 사람이고, 부동산 광풍 때문에 잠시 혼란을 겪었다. 나의 아내는 나보다 더 심란해서, 결혼 후 몇 년이 지나도록 아파트에 별 무관심했던 나와 자기 자신을 탓하면서 울분을 터뜨리기도 했다.

하지만 나를 포함하여 지금 집이 없는 사람들은 좀더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누군들 집을 갖고 싶지 않겠는가? 하지만 작금의 아파트 열풍은 있는 사람들끼리의 머니게임임을 직시해야 한다. 급등하는 부동산 시장에서 막대한 자금을 동원하여 추격 매수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를 생각해 보라.

그리고 다시 생각해 보자. 집없는 사람 가운데 집을 마련하고자 나름대로 계획을 세우지 않는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청약 통장에도 가입하고, 종자돈도 만들어가면서, 나에게 맞는 분양은 언제 어디서 하는지, 대출은 어디서 싸게 받을 수 있는지 조사하는 등등 나름대로 꼼꼼하게 계획을 세워 실천해 왔을 것이다.

그러다가 지금의 아파트 광풍이 불어닥쳤다. 어디서는 한 달에 몇 억이 올랐다고 하고, 오름세가 작은 곳도 몇 천만원씩은 올랐다고 한다. 서울 소재 아파트와 일부 수도권 지역은 이제 아무리 싼 곳도 최소 평당 1천만원이 넘는다. 그런데 계속해서 값이 오른다고 주변에서 떠들어대니 무리하게 대출이라도 받아서 아파트를 사야만 할 것 같고, 서울에서 사지 못하면 수도권 외곽 지역이나 지방에서라도 사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시세가 높은 지역에서 아파트를 사자니 돈이 턱없이 모자라고, 대출을 받자니 억대가 넘는 대출을 받기도 쉽지 않거니와 대출을 받는다 해도 이자를 감당하기가 만만치 않다. 그렇다고 시세가 낮은 지역에 투자하자니 상투를 잡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따르고, 장기 투자에 따르는 시간상의 리스크를 감내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마음은 여전히 지금 집을 사지 않으면 영원히 집을 사지 못할 것만 같다. 그래서 별다른 대안이 없으면서도 마음만 계속 조급해진다.

하지만 한번만 더 생각해 보자. 지금의 집값이 영원히 떨어지지 않을 것 같은가? 우리는 그 질문을 던질 때 단어에 속아서는 안 된다. '집값'은 정확히 어떤 집값을 의미하는가? 대한민국의 모든 집값인가? 아니면 서울과 수도권 지역의 집값인가? 아니면 투기지역의 집값인가? 대한민국의 모든 집값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건 직관적으로 생각해도 어불성설이다. 지금도 대한민국의 곳곳에서는 미분양된 아파트들이 있다. 만약 집값이 영원히 떨어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일부 지역에 국한된 얘기일 뿐이다.

그리고 다시 '영원히'라는 단어에 대해 생각해 보자. 영원히라는 말 또한 직관적으로 말이 안 되는 단어다. 어느 나라든, 어느 시기든, 어느 재테크 수단이든(주식이든, 적금이든, 부동산이든, 해외펀드든) 모든 재테크 수단은 등락을 거듭하기 마련이다. 그것은 피해갈 수 없는 경제의, 그야말로 영원한 법칙이다. 때문에 우리는 "지금의 집값이 영원히 떨어지지 않을 것 같은가?"라는 질문을 "지금의 집값 오름세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로 바꿔야 맞다.

그럼 언제까지 오를까? 혹은 언제 떨어질까? 전문가들도 이 질문에 대해서는 대단히 중립적으로 대답할 뿐, 정확한 답을 내놓지 않는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첫째 예측하기가 진실로 힘들기 때문이고, 둘째,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자신들의 생계와도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에 대해 떠들어대는 전문가들의 90% 이상은 집값이 올라야 득을 얻을 수 있는 사람들이다. 왜냐고? 집값이 올라야 그들로서는 계속 할 말이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라. 집값이 떨어져 사람들의 관심이 사라진다면 그 사람들이 할 얘기가 무엇이 남겠는가?

나는 부동산 전문가도 아니고, 집도 없고, 때문에 이해관계도 없는 일반인의 입장으로 지금의 부동산 광풍과 관련하여 (좋아서든, 짜등나서든) 부르르 떨고 있는 분들에게 다음과 같이 단언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전체적인 집값은 곧 떨어진다. 그것도 1~2년 안에. 계속해서 집값이 오르거나 유지되는 지역은 소수지역에 불과할 것이다.

나는 앞에서 작금의 아파트 열풍은 있는 사람들끼리의 머니게임임을 직시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급등하는 부동산 시장에서 막대한 자금을 동원하여 추격 매수를 할 수 있는 사람은 가진 자들 뿐이기 때문이라고 얘기했다. 여기서 머니게임이란 말은 쉽게 말해 '돈 놓고 돈 먹기'라는 말이다. 있는 사람들끼리 계속해서 추격 매수를 하면서 이문을 남기는 것이다. 하지만 추격 매수에도 한계가 있다.

이에 대해서는 가진 자들이 더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상투까지 오른 가격을 감당할 수 없는 어느 순간 추격 매수가 사라진다. 그리고 추격 매수가 사라지는 순간에 마지막으로 추격 매수를 했던 사람에게 모든 손해가 덧씌워진다. 그것이 머니게임의 진실이다. 불행하게도 가진 자와 없는 자의 중간에서 어느 정도의 자금은 있는데 집을 살까 말까 망설이다가 분위기에 휩쓸려 집을 사게 된 사람들이, 마지막 추격 매수의 희생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결론을 내 보자. 돈이 많은 사람이라면 지금이라도 오른 아파트를 사도 좋다. 그런 사람이라면 그것이 혹시 마지막 추격 매수라 할지라도, 그래서 막대한 손해를 본다 할지라도 살아가는 데 큰 지장이 생기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돈의 여유가 없는 사람은 원래 계획했던 대로 그대로 밀고 나가라. 그런 사람이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추격 매수를 했다가 상투를 잡을 경우, 그 사람에게 남는 건 아무 것도 없을 뿐만 아니라, 엄청난 불행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인생에도 운이 있고, 직장의 성공에도 운이 따라야 가능하다. 재테크도 마찬가지다. 누군들 집을 사고 싶지 않겠는가? 하지만 재테크를 포함하여 인생의 모든 성공에는 때와 운이 맞아야 한다. 그리고 인생은 새옹지마와 같다. 지금 당장 몇 억을 벌었다고 해서 죽을 때까지 매년 몇 억을 벌 수 있는 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착실히 준비하고,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는 것이다. 준비를 통해 이루어낸 성공은 쉽사리 무너지지 않는다. 하지만 자기 것이 아닌 기회를 억지로 만들어서 순간적인 성공에 도취된다면, 그 성공은 너무나 위험하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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