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왕좌왕하다 … 오! 범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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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오범석이 후반 12분 통렬한 왼발 슈팅으로 결승골을 터뜨리고 있다. [도하=연합뉴스]

예선 3전 전승, 6득점에 무실점. 겉은 화려하지만 속은 부실한 베어벡호의 중간 성적표다.

핌 베어벡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이 6일(한국시간) 벌어진 바레인과의 B조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1-0으로 이겼다. 조 1위로 8강에 오른 한국은 F조 1위(일본-북한전 승자)와 10일 4강 진출을 다툰다.

이기긴 했지만 끌려다닌 경기였다. 컨디션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한국 선수들은 바레인의 빠른 조직 플레이에 잇따라 수비 허점을 노출했다. 공격은 단조로웠고, 크로스는 부정확했다.

분위기를 반전시킨 주인공은 '멀티맨' 오범석(22.포항)이었다. 오범석은 후반 12분 미드필드 중앙에서 수비 한 명을 제친 뒤 강력한 왼발 중거리슛을 쐈다. 빨랫줄처럼 뻗어나간 볼은 사력을 다해 몸을 던진 골키퍼의 손끝을 피해 오른쪽 네트 상단에 꽂혔다.

오범석은 수비와 미드필더를 겸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다. 올 8월 아시안컵에 출전할 20명의 엔트리에 오범석을 포함한 베어벡 감독은 "오범석은 중앙 수비, 측면 수비, 수비형 미드필더를 모두 소화할 수 있다. 모든 지도자가 원하는 스타일의 선수"라고 극찬했다.

포철공고를 졸업하고 2003년 포항에 입단한 오범석은 K-리그 93경기에 출전했을 정도로 경험이 풍부하다. 나이에 비해 노련하고 센스가 뛰어나며, 공격과 수비에서 균형 잡힌 플레이를 한다.

오범석의 아버지 오세권씨는 골키퍼 출신으로 울산 학성고 감독, 내셔널리그 사무국장을 거쳐 현재 포천 김희태축구센터 총괄감독으로 일하고 있다.

8강전을 앞둔 베어벡 감독은 고민이 많다. 공격의 핵 박주영이 바레인전에서 석연찮은 옐로 카드를 받는 바람에 경고 2개(베트남전 포함)로 8강전에 나올 수 없다. 오랜 합숙과 단조로운 선수촌 생활, 입에 맞지 않는 식사 때문에 선수들의 컨디션은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다.

박주영을 대신할 스트라이커 정조국(서울), 김동현(루빈 카잔)을 활용하는 공격 패턴, 실종된 미드필드 플레이를 되살릴 방안을 찾아야 한다. 베어벡 감독은 "바레인에 실점하지 않은 것은 행운이었다"고 말했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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