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열풍 잠재울 중지 모아야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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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재수문제는 이제 개인차원을 떠난 국가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전기대학 입시결과전기대학에 합격한 학생수가 한반에 10명 안팎이며 명문대학 인기학과일수록 재수생 합격비율이 높다. 그래서 고졸예정자들간에는「우리학교는 4년짜리, 너희학교는 5년짜리」라는 유행어와「일류대학에 가려면 재수는 필수, 삼수는 선택」이라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이제 재수열풍의 원인과 대책마련에 중지를 모아야할 때다. 재수생누증의 원인은 첫째, 4년제대학의 입학정원에 비해 대학 지원자수가 지나치게 많은데 있다. 80년 7·30교육개혁조치이후 대학정원을 엄청나게 늘리고 졸업정원제가 시행돼오다가 88학년도부터 선지원 후시험제로 바뀜과 동시에 입학정원제가 됨에 따라 입학정원의 축소는 불가피해졌다. 91학년도의 경우를 보아도 전·후기 합쳐 4년제대학 정원이 20만4천9백95명인데 대학진학 희망자수가 92만8천9백80명(전기 66만2천4백69명, 후기26만6천5백11명)이어서 전문대 입학자와 재수응시자를 감안하더라도 해마다 30만명 가량의 재수생이 나올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둘째, 최근들어 고득점 탈락자가 누적되어 왔다는 점이다. 재수생 합격추이를 보면 88년도 23%, 89년도 40%, 90년도에는 과반수를 점해 점차 높아지고 있고 고득점 탈락자들은 후기대에 응시하지 않고 바로 재수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명문대의 재수생 합격비율을 보아도 서울대 44.4%, 고려대 38%, 포항공대 59%에 이르러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셋째, 대입학력고사 출제경향이 고도의 사고력을 요구하고 교과서 밖에서 출제되는 비율이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단순암기위주의 지식측정에서 체계적인 이해력과 응용력·추리력 등 고차원적인 지적 능력을 평가하고 상당수의 문제가 교과서 밖에서 어렵게 출제됨으로써 학교성적에 부담이 없고 입시과목만 집중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실전경험이 많은 재수생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
물론 재수 자체는 나무랄 수 없으며 역정과 좌절을 이겨내는 굳은 의지와 신념을 시험하는 계기가 된다. 하지만 입시과열을 부채질하고 각종 부작용과 문제점을 야기시키므로 근본적이고 합리적인 처방이 필요하다. 교육부에서는 현행입시제도의 문제점을 하루빨리 개선·보완하고 출제도 고교교육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선이 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의 사회풍토도 학력위주의 고용구조 개선, 학력간 임금격차 완화, 능력과 자질위주의 승진, 평생교육체제 강화 등으로 전환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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