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탈리 오케스트라 지휘봉 잡으려다 곤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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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최고의 지성'에게도 한계는 있는 모양이다. 유럽부흥개발은행 초대 총재와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의 특별 보좌관을 지낸 자크 아탈리(60.프랑스)가 지휘봉을 잡으려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거센 항의에 부닥쳐 곤욕을 치르고 있다.

아탈리는 파리 그르노블대 심포니의 음악감독 파트릭 수이요가 다음달로 예정된 세 차례 공연에 초청돼 객원지휘자로 지휘봉을 잡을 예정이었다. 아탈리는 파리에서 지휘를 공부한 적이 있는 아마추어 음악가. 30여권의 저서 중에는 '소음: 음악의 정치경제학'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네차례의 리허설이 끝난 뒤 단원 10여명이 아탈리의 엉터리 지휘법에 항의, 연주를 그만두겠다고 선언하면서 사태가 악화됐다. 다음달 지휘대에 설 수 있을지도 미지수. 단원들은 "아탈리가 그냥 팔을 휘저을뿐 박자를 맞출 줄도 모른다"고 푸념을 늘어놓았다. 또 "매스컴을 타려고 유명 인사에게 지휘봉을 쥐어줄 게 아니라 젊은 지휘자를 데뷔시키는 게 현명한 일"이라며 불만을 터뜨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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