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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그치지 않는 신기록 '무서운 질주'

중앙일보

입력

수입차의 질주가 무섭다. '외제차=부자들만의 사치품'이라는 공식을 무너뜨렸고 이젠 아예 한국 시장의 안방을 차지할 기세다.

수치가 이를 말해준다. 지난 1987년 수입 개방 이후 최초 1%의 시장점유율에 도달하는 데 15년이 걸렸다. 이후 2년만에 2%, 1년 만에 3%를 넘어섰고 3개월 만에 4%대로 올라섰다. 5% 돌파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5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 11월 수입차 판매대수가 4015대로 전달보다 36.1%,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차 등록대수가 한달에 4000대를 돌파한 것은 외제차가 국내에 수입되기 시작한 87년 이후 처음이다.

이에 따라 11월까지 누적 등록대수는 3만6962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4% 늘었다. 연초 수입자동차협회가 전망한 연간 판매대수 3만4500대를 11개월만에 뛰어넘었다. 시장 점유율도 지난해 연말 3.25%에서 11월 현재 4.24%로 1%포인트 가량 급증했다.

수입차업계는 개방 첫해에 고작 10대를 팔았으나 초기 단계를 거쳐 이제 무한 팽창기에 들어선 것으로 분석된다.

◇'대중 속으로'= 수입차 시장의 팽창은 다분히 시대흐름과 맞물려 있다. 소득 수준 상승에 따른 고급화 및 다양성에 대한 욕구가 뒤섞이며 수입차에 대한 사회적 반감을 줄인 대신 선호도를 높였다.

수입차가 처음 수입되기 시작한 1987년, 갓 성장기로 들어선 국내 자동차산업의 위축과 외화낭비, 과소비와 사치풍조로 인한 계층간 위화감 조성 등의 이유로 부정적인 시각이 절대적이었다. 하지만 20여년의 세월을 거치면서 이같은 사회적 반감은 거의 사라졌다.

중저가 차량 및 다양한 모델 등 소비자 선택을 넓힌 것도 수입차 빅뱅의 핵심 이유 중 하나다. 수입차업계는 올들어 70여종 이상의 신차를 출시했다.

투입 모델도 다양해졌다. 기존 세단 일색에서 스포츠다목적차량(SUV)이나 크로스오버차량, 디젤 차량 등으로 확대됐다. 특히 고유가 시대를 맞아 유럽 브랜드를 중심으로 디젤 차량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배기량도 대형 배기량에서 중소형으로 떨어지고 있다. 수입차협회에 따르면 3000cc 미만의 차량 비율은 지난 2004년 56.2%에서 2005년 63.2%, 올해 11월 현재 64.1%로 꾸준히 늘고 있다.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수억원을 호가하는 최고급 럭셔리 모델부터 국산차와 가격차이가 거의 없는 중저가모델까지 봇물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올해 판매된 수입차 3대 중 1대가 5000만원 미만의 중저가 차량인 것으로 조사됐다.

덕분에 수입차 수요층도 과거 40, 50대 중년 남성에서 20, 30대 일반 직장 여성까지 크게 확대됐다. 40대 이상의 수입차 구매비중은 2004년 26.4%에서 지난해 23.8%로 줄었고 올 상반기에는 23.1%로 낮아졌다. 반면 30세 이하의 수입차 구매는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79.3%나 늘었다.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국산차는 소비자의 선호도에 따라 점차 중대형화되면서 평균 판매가격이 높아지는 데 비해 수입차 업체들은 시장 확보를 위해 중저가 모델을 대거 투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수입차업체의 적극적 마케팅을 통한 경쟁체제 구축 등도 수입차 시장 성장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한국 소비자들의 기호와 안목이 높아지면서 정보기술(IT)에 이어 자동차 부문에서도 한국시장이 테스트 베드로 부상하자 각 업체들은 저마다 독특한 모델과 옵션 등을 내놓고 있다.

국내 완성차업체 못지 않은 애프터서비스도 외제차를 구입하는 부담을 줄여주고 있다. 신속한 서비스를 위해 경쟁적으로 대형 물류센터를 짓거나 무상보증 기간을 확대하는 등 고객들에게 귀기울이고 있다.

◇무한경쟁...춘추전국시대 돌입= 시장이 급팽창하며 업체간 경쟁도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 11월 한국토요타의 렉서스가 LS460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789대를 등록시키며 1위로 뛰어올랐다.

'독도 논란'에 휩싸이며 예상치 못한 유명세를 치른 LS460 모델이 328대 판매되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1억3300만 ̄1억6000만원에 달하는 최고급차가 한달만에 300대 넘게 팔렸다는데 업계는 놀라고 있다.

지난해 5840대를 팔며 수입차 브랜드 중 1위를 차지한 렉서스의 올해 판매 목표는 6600대. 이를 달성하면 역대 수입차 연간 판매기록도 깨진다.

그 뒤를 BMW(592대), 혼다(444대), 폭스바겐(407대), 메르세데스-벤츠(391대), 아우디(281대), 인피니티(258대), 푸조(207대) 등이 이었다. 지난달 1위였던 혼다는 3위로 주춤했지만 CR-V의 인기에 힘입어 수위권을 지켜냈다.

BMW와 폭스바겐은 전달보다 각각 55.4%, 66.8% 증가했다. 반면 지난 10월 4, 5위를 기록했던 메르세데스-벤츠와 아우디는 각각 5, 6위로 한단계씩 떨어졌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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