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십 년 동안 통영은 많이 변했습니다. 그래도 갈매기 소리 내는 코흘리개 아이, 여전히 통영을 휘젓고 다닙니다. 그 아이가 자주 가던 뒷골목 대장간에서는 지금도 쇠 두드리는 소리 쩌렁쩌렁합니다. 호미나 낫, 도끼를 사 들고 중앙시장을 휘돌아 시외버스를 타면 아이는 서서히 어른으로 변합니다.
집 마당에 들어서면 코흘리개 아이를 닮은 아이들이 달려와 안깁니다. 아버지보다 더 깊은 시골, 더 오래된 과거에 사는 아이들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청설모처럼 산을 오르고 달랑게처럼 바닷가 모래밭을 누비다 보면, 아버지는 다시 아이가 됩니다. 또 다른 시간여행이 시작된 것이지요. 그럴 땐 이 세상 전체가 아주 커다란 타임머신이 아닌가 싶습니다. 언제 어디든 마음을 실어 보내는 이 놀라운 기계에 그리움이란 이름을 붙여 봅니다.
<'저구마을 편지'의 시인 이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