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배넷아이' 운영 오주협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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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지난해 문을 연 배넷아이(www.beneti.com)는 독특한 비영리 육아교육 사이트다. 태교용부터 시작해 1백여개의 육아용 동영상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고 회원수만도 26만명이 넘지만 그 흔한 배너광고나 쇼핑몰 하나 없기 때문이다. 회원 약관에 적힌 대로 "세상의 모든 아이들을 존중하고 사랑해야" 하는 것이 이용자의 유일한 의무다.

결벽증에 가까운 고집으로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주인공은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딸의 아버지인 오주협(41)씨.

그의 본업은 북디자인과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이다. 그것도 1천여권의 단행본 디자인에 참여한 실력파. 이런 오씨가 생소한 육아에 처음부터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전 아이를 가졌다는 아내의 말에 방해꾼이 생긴다고 싫어했어요. 그런데 병원에서 아이를 처음 보던 날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됐죠."

어머니를 일찍 여읜 뒤 아버지의 잇따른 재혼으로 힘든 유년시절을 보낸 그에게 아내와 아이가 가정의 의미를 깨닫게 해준 것이었다. 덕분에 오씨는 육아일기로 책을 냈고 어린이책을 직접 만들어 보겠다고 출판사까지 차렸다. 운영난으로 출판사를 닫으면서도 그는 육아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배넷아이를 만들었다.

하지만 운영에 매달 1천여만원이 드는 배넷아이를 무료로 고집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오씨는 그간 집을 팔고 월세집으로 옮겨기도 했다. 아무리 "걱정말라"는 아내와 "오늘은 어떤 걸 만들었어요"라며 반겨주는 두 딸의 응원이 있다고 해도 혼자 운영하는 데는 한계를 느끼고 있다. 그래서 그는 비영리 운영을 조건으로 사이트 운영을 단체나 개인이 돌아가며 하는 '릴레이' 방식을 구상 중이라고 한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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