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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의 달라진 패션 사철 옷"인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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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계절을 바꿔가며 두루 입을 수 있는「사철 옷」이 새로운 패션경향으로 등장하고 있다. 여성복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있는 이런 추세는 90년대 주요 패션 주제였던 자연생태와 생활환경·경제성 등과 맞물리면서 더욱 일반화돼가고 있다.
유명디자이너의 제품들은 한겨울인 요즈음에도 투영 성이 높은 시폰소재의 블라우스와 홑겹으로 된 실크재킷 등을 선보이고 있다. 신세계를 비롯한 각 백화점에도 샌드워시로 가공처리 된 실크 원피스와 실크 누빔 재킷을 한 벌로 처리한 옷이라든가, 울 크레이프로 된 주름치마 등 두께가 얄팍해진 옷들을 내놓고 있다.
제일모직 패션기획팀 경문수 과장은 이 같은 추세에 대해 『최근 패션의 주제인 자연생태를 소재 측면에서 가벼움과 부드러움으로 표현하려는 노력들이 세 번 수를 강연(꼬임을 많이 함)시켜 두께를 얄팍하게 만든 옷들을 탄생시키게 됐다』고 분석한다.
차세대 소재로 각광받고 있는 쿨 울이라든가 베네시안(개버딘의 일종)·세미 크레이프 등의 직물은 계절을 뛰어넘은 대표적인 직물들이라는 것.
직물표면에 약간의 털을 일으킨 인조 스웨드나 실크 등도 봄부터 겨울까지 두루 이용되고있다고 그는 말했다.
여기에 생활환경상의 변화도큰 몫을 하고 있다는 것이 디자이너들의 공통된 견해.
디자이너 트로아 조씨는 『요즈음에는 밝고 어두운 색상의 차이만 있을 뿐 봄·여름·가을·겨울옷을 굳이 가르기 어렵게 돼 가고있다』면서 그 이유로는 도시일부 층의 경우 에어컨과 스팀 등으로 실내환경이 계절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디자이너 김승자씨도『과거에는 중후함으로 자신을 과시하고자 했으나 요즈음에는 보다 자유롭고 편안한 생활을 추구하려는 경향이 높아 옷에서도 활동성을 가장 중시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것이 겨울에도 두터운 소재를 피하고 시폰같이 투명한 소재의 옷을 선택하게 만드는 것으로 풀이했다.
즉 과거에는 옷이 무겁거나 활동하기가 둔해도 참고 입었으나 요즘에는 입어서 편하고 활동하기 좋은 가벼운 옷들을 소비자들이 선택한다는 것이다.
국제양모사무국 한국지부 김원희씨는 멋 내기의 패턴이 달라지고 있는 것도 사철 옷의 등장을 가져온 한 요인으로 분석한다.
그는『디자인 측면에서 볼 때「유행이 없다」고 얘기될 정도로 단순한 디자인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것은 과거 봄에는 짧은 치마를, 겨울에는 다소 긴 플레어 스커트는 입을 식으로 계절마다 디자인의 변화를 가져온 것과 큰 차이를 보이고있다』며 유행의 차이가 별로 없기 때문에 계절에 관계없이 두루 옷걸이에 걸어두었다가 꺼내 입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단순해진 디자인은 여러 가지 옷을 겹쳐 입음으로써 조화를 통한 개성미 추구가 가능해져 잘 꾸며진 한 벌 옷으로 멋을 내던 것과 차이를 가져오게 됐다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 들어 어려워지고 있는 국내경제사정과 함께 한번 마련해 여러 철 입을 수 있는 옷을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의 경제성이 부합돼 사철 옷이 더욱 인기를 모으고 있다고 김원희씨는 분석했다.
이 같은 사철 옷의 등장은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경문수씨는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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