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음등 미수금 6억불/국내업계,페만전쟁 후유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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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중장비 기증·싼값에 매각처분/운반중 상품 대금결제 큰 숙제
중동 진출업체들이 철수후유증을 겪고 있다.
수출·공사대금결제와 장비·비품처리문제까지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전쟁당사국인 이라크에 건설현장이 남아있는 업체는 현대·삼성·한양·정우개발 등 4곳.
4개업체 모두 공사대금은 대부분 받았으나 이중 어음으로 받은 부분에 대해서는 이라크의 결제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철도부설등 공사규모가 컸던 현대는 5억달러,정우개발은 2천5백만달러가량을 어음으로 받았는데 이미 상당부분을 할인해 현금화시킨 상태인 만큼 만기때 이라크가 결제해주지 않으면 큰 피해를 보게 될 가능성이 있다.
또 한양·삼성 등은 공사는 모두 마쳤으나 하자보수가 남아있어 한양은 1천2백만달러,삼성도 1천만달러에 가까운 유보금을 남겨놓고 있다.
중장비·비품 등의 경우 정우개발은 사실상 공사를 마친 상태여서 현지에서 매각 또는 기증하는 형식으로 대부분 처분했으나 제값의 4분의 1정도 밖에 받지못했다. 현대는 아직 공사가 남아있어 현지관리인을 고용했으나 전쟁이 끝날때까지 장비·비품들이 무사히 남아있을지는 미지수.
수출업체들의 경우에는 지난해 8월이후 이라크·쿠웨이트지역과는 거래가 없었지만 당시까지의 미수금(약 1억1천만달러)이 현안으로 남아있다.
업계는 사우디아라비아 등으로 전쟁의 불똥이 튈 경우에는 피해가 크게 늘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문제가 될 수 있는 경우는 ▲계약을 마치고 물품생산에 들어갔으나 신용장은 받지 못한 상태 ▲신용장까지는 받았으나 생산중인 상태 ▲신용장을 받고 생산도 마쳤으나 선적은 하지않은 상태 ▲이미 선적까지 마쳐 물건이 바다에 떠있는 상태 등 크게 4종류.
첫번째의 경우에는 재고압박 외에는 큰 문제는 없겠고 두번째와 세번째의 경우는 이미 받아놓은 신용장으로 은행에서 대금을 받아낼수는 있지만 나중에 바이어측과 분쟁이 일 소지가 있다.
업계가 가장 걱정하고 있는 경우가 네번째 사례.
수출업계 또는 바이어의 입장에서는 계약조건에 따라 물건을 중간에 내리더라도 나중에 다시 최종목적지까지 실어나르는데 운임료가 추가되고 중간기착지에서의 보관료 부담도 안게 된다.
각 상사는 이에 따라 물품제조업체에 생산시기를 최대한 늦춰줄 것을 부탁하는 한편 당분간 선적은 중단하고 바이어측의 확인이 있는 경우에만 선적시킬 방침이다.<민병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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