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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2월에 재논의 … 불씨는 여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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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화물연대가 5일간 파업을 벌였지만 얻은 것보다는 잃은 것이 많다.

화물연대는 "이번 집단 운송 거부를 화물 노동자의 절박한 현실과 절실한 요구를 국회를 포함해 사회적으로 각인시킨 계기로 삼고 업무에 복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화물연대는 자신들의 요구사항 중 어떤 것도 얻지 못했다. 운송 거부 기간 중 저지른 차량 방화, 투석 등으로 여론만 나빠졌을 뿐이다.

◆ 왜 철회했나=79건에 달하는 화물연대 비회원 차량에 불을 지르거나 유리창을 깨뜨린 것에 대한 비난이 쏟아진 것이 큰 부담이었다는 분석이다. 정부 관계자는 "차량에 불을 지르거나 운행 중인 차량에 돌을 던지는 행위는 사실상 살인행위나 마찬가지라는 부정적 의견에 화물연대 지도부가 당혹스러워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자신들의 요구가 정당성을 잃어버릴 것이라는 위기감도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강경 대응도 한몫했다. 경찰은 1~5일 사이 불법 행위를 한 화물연대 회원 중 2명을 구속하고 2명에 대해 영장을 신청했다. 집단 운송 거부에 동참한 화물운전자에 대해 유류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정부 방침도 큰 압박이었다. 컨테이너 차량은 연간 최대 1400만원까지 유류보조금을 받아왔다. 운전자들로서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돈이다.

표준요일제 도입과 노동기본권 보장 등 주요 요구사항도 화물차 공급이 과잉된 상황에서 무조건 밀어붙이기는 어렵다는 현실적 판단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 피해는 얼마나=집단 운송 거부에 대비해 급한 수출 화물들을 미리 옮긴 덕에 피해는 예상보다 크지 않았다. 부산항과 광양항, 의왕컨테이너기지에서는 화물연대 소속 차량은 물론 비회원 차량까지 운행을 꺼려 화물 운송률이 평소 대비 50~60%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또 경기도의 시화.반월 공단에서는 지방으로 실어나를 물품을 제때 보내지 못해 피해를 보기도 했다. 비회원들의 차량 피해도 커 불에 탄 차량이 16대, 유리창 등이 부서진 차가 43대에 이르렀다.

◆ 불씨는 여전=집단 운송 거부는 중단됐지만 내년 2월까지 한시적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문제는 남아있다. 화물연대는 이날 건교위가 화물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내년 2월 다시 논의하기로 함에 따라 운송 거부를 철회하고 업무에 복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와 국회가 화물연대의 요구를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표준요율제와 주선료상한제는 시장경쟁 논리에 벗어나고 노동기본권 보장은 화물차주가 노동자가 아닌 사업주이기 때문에 불가하다는 논리다. 이 때문에 내년 2월 정부와 화물연대가 다시 한번 극한 대립을 벌일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는 셈이다.

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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